"극소수 대리 수술 때문에 대량 유출 피해 위험 만들까"…'초가삼간 태우는 꼴'
대다수 감시카메라는 해킹 위험 있는 IP 카메라…수술실은 진료실보다 위험할 것
의협 "영상 만드는 순간 유출 위험…안전한 관리·필수의료 위해 지원·협의 필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오는 9월 25일 시행 예정인 가운데, 서울 강남구 소재 모 성형외과의 진료실 영상이 유출돼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해킹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영상은 지난 3월 5일 밤 한 온라인 사이트에 유포됐다. 지난달 24일부터 닷새 동안 촬영된 영상으로 확인됐으며, 30여명이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신체 민감 정보가 촬영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해당 성형외과는 대리 의사가 아닌 전문의가 직접 수술한다며, 수술실에 CCTV(엄밀히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점을 홍보해왔다. 그러나 현재 쓰이는 대부분의 감시카메라는 IP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망이 연결돼, 인터넷 유출 및 보안에 취약하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3월 7일 입장문을 통해 "수술 장면의 불법 유출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영상정보를 만드는 순간부터 유출의 위험성이 상존하기에, 의협은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으나 국회는 이를 입법화했다"고 지적, CCTV 설치 강제화의 필요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극소수의 대리 수술 방지보다 중요한 것은, 대량으로 생성될 환자의 민감정보 보호"라며 "국회와 정부는 이번 유출 사고를 계기로 수술실 CCTV 촬영 영상의 불법 유출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는 것.
수술실에서는 진료실에서보다 더 내밀한 민감 정보가 촬영되며, 저장되는 순간부터 유출 위험에 노출되고, IP 카메라가 아닌 폐쇄회로 형태의 CCTV를 설치하더라도 영상의 도난·분실·유출 등의 위험을 막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이를 간과하고, 심지어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보안 시스템의 적정 운영을 위한 소요 예산을 삭감 편성한 데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국회와 정부를 향해 "환자의 영상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라도 의료기관에 대한 설치비 등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혹여 발생 가능한 유출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불법적 영상 유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노출되는 수술은 CCTV 촬영의 예외 사유로 규정하는 등의 예방적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진료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이를 허용하는 최소한의 하위법령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도 짚었다.
의협은 "이번 불법 영상 유출에 우리 국민이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입었음을 우리 사회가 엄중히 인식하고, 최소한의 보안관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필수의료 보호를 위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모든 보건의료 관련 정책은 국민의 건강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건강 수호의 일선에 서 있는 의료계와 협의해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