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그리소 폐암 1차 치료 급여, 더 미룰 이유 없다"

인터뷰 "타그리소 폐암 1차 치료 급여, 더 미룰 이유 없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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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 붙은 타그리소 급여 확대 이슈, 이번엔 결론날까 '관심'
안진석 교수 "1차 치료는 국제 표준… 국내서도 부담 없이 치료받길"

안진석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분과위원장(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올 상반기 약제 급여 부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라면 단연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꼽힌다.

타그리소는 지난 2016년 국내 허가를 획득 한 뒤, 현재까지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급여되고 있다. 약제 자체의 적응증은 2018년 1차 치료까지 확대됐는데, 그에 맞춘 급여 확대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타그리소 급여 확대 안건은 2019년 가을 처음으로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사대에 올랐다 낙방한 이래, 지금까지 총 4차례 보류 판정을 받았다. 햇수로 5년째다. 

그런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해 말 타그리소의 급여 범위를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다시 한번 급여 신청을 내면서, 의약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환자들의 요구도는 크다. 지난 2월 6일 국회에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를 요청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제안됐는데, 3주일 만에 성립요건에 해당하는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정식 국민청원으로써 국회에서 논의될 기회를 갖게 됐다.

임상현장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타그리소 1차 치료는 이미 국제 표준(글로벌 스탠다드)으로 자리매김해,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그 효과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 측면에서 이제 '결정'이 필요한 때라는 얘기다. 

[의협신문]이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진석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를 만나, 타그리소 급여 이슈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의협신문

Q. 표적치료제 등 치료 옵션의 변화가 폐암 진료현장에 미친 영향은.

=2000년대 초반 표적치료제 '이레사(게피티니브)'가 등장하면서 폐암 진료 현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 이후 불과 2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4기 폐암 환자를 1년 이상 보는 일이 드물었다. 그 사이 환자가 생사를 달리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5년 이상 보는 환자의 수가 적지 않다. 5년의 산정특례 기간이 지나 이를 연장하는 사례도 늘었고, 산정특례를 두 번 연장(10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

Q.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이슈가 최근 다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현장 상황은 어떤가.

=3세대 EGFR-TKI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중추신경계 전이가 있는 환자들에게 굉장히 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1·2세대 약제가 전혀 안 듣는 것은 아니지만, 3세대 약제가 뇌 전이에 탁월하게 잘 듣는다. 환자의 20∼25% 정도에서 진단 당시 뇌 전이가 확인된다. 이들 환자들에 진단 초기부터 적절한 약제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하지만 타그리소를 1차 치료 때부터 쓰는 환자는 거의 없다.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일례로 이번에 국회 청원을 하신 분의 사례를 보면 1년 약값으로 70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타그리소 1차 치료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20개월 정도 되니, 쓰기 시작하면 통상 2년, 약값이 1억 4000만원 정도된다. 그러다보니 본인 건강을 챙겨야 할 환자가 가족들 보기 미안해서 치료를 못 받겠다는 얘기까지 하게 되는 실정이다.

Q.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확대 시도는 이번이 5번째다. 그간 암질심 논의 과정에서 표준치료 대비 전체생존기간(OS) 연장 효과, 특히 아시안 그룹에서 그 효과가 유의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급여 결정이 보류되어 온 바 있다.

=아시안 그룹에서 OS 데이터가 대조군과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OS가 중요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이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병이 진행한 이후에 어떤 치료를 했는지가 OS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이런 것은 임상시험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기존 치료제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약제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여전히 OS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ESMO Asia에서 일본과 독일의 타그리소 1차 치료 리얼월드데이터(RWD)가 발표됐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임상 연구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 데이터는 글로벌 데이터보다 숫자적으로 조금 더 좋게 나왔다. PFS가 20개월이 넘었고 OS도 40.9개월이 나왔다. 타그리소 글로벌 3상 임상인 FLAURA 데이터 효과를 재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Q. 그럼에도 급여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데이터보다는 비용적인 측면이 크다고 볼 수도 있겠다.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타그리소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용적인 측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회사와 정부가 적절한 가격으로 잘 타협해 오랜시간 기다려 온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Q. 연구자로서의 시각은 어떤가.

=타그리소 1차 치료 데이터가 발표된 것이 2018년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1차 치료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3세대 약제가 됐다. 현재 국제 학계의 화두는 1차 요법으로 쓰이고 있는 3세대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 즉 다른 약과 어떻게 병용할지 어떻게 효과를 높일지, 내성이 생긴 경우 어떤 치료 옵션을 가질 수 있는 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3세대를 쓴다는 전제 하에 추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1차 요법으로 3세대를 쓸지 말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국내 의료진들이 이슈에 합류하기가 어렵고 배제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자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가능하면 환자들이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약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부담이 크니 이 문제(1차 치료 급여)가 올해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반드시 해결되기를 바란다. 국가 재정에 부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 국민이 그 정도 대우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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