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래 감염병 대비 의료대응 체계 강화 토론회'…감염병 대응 성찰
"코로나19 상황서 드러난 병상 부족, 평상-위기 '탄력적' 전환 체계 필요"
감염병 대응 '권역 내 완결형' 모색...권역 감염병 병원·지자체 협력 제안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목전에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점검하고, 미래 감염병 위기 시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미래 감염병 대비 의료대응 체계 강화 토론회'가 3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주최하고, 질병관리청이 주관했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개회사에서 "지난 3년간 감염병 대응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부족한 부분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제는 드러난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더욱 효율적이고 짜임새 있는 감염병 대응 체계를 위해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기에 오늘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러 의료 및 보건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한 탁월한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며 "저도 국회에서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입법 및 제도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영상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일상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미래에 다가올 신종감염병 위협에 대비해 보다 과학적·체계적인 감염병 대응체계를 확립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또 "질병관리청은 신종감염병에 대비·대응하기 위한 중장기계획 등을 수립 중에 있다. 오늘 토론에서 주신 제안을 계획 수립 및 정책 개선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앞으로도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방역 대응의 컨트롤타워로서 의료현장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 미래 건강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국민의힘에서 서정숙 의원, 최영희 의원 등이 참석해 축사를 전하며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터널을 지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종 감염병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입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감염병 위기대응 병상자원관리체계 구축 및 의료인력 운용방안 마련' 주제 발제를 통해 거듭된 변이로 인해 7차까지 대유행을 거친 코로나19 양상과 그에 따른 의료대응 체계 변화를 전반적으로 짚었다.
엄 교수는 "공공의료기관만으로는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운영 병상과 환자 수를 보았을 때 70% 이상을 민간의료기관에서 담당했다"며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을 환기했다.
엄 교수는 "환자가 급증한 5차 대유행 당시 공공의료기관에서 1674명의 중증환자를, 민간의료기관에서 7배에 달하는 1만 1046명의 중증환자를 감당했다"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전체 병상 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의료기관에서 빠른 병상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특히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은 모든 병상을 중환자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인력과 장비 등 자원을 비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신종감염병 의료대응 체계 강화' 주제 발제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병상 자원 대비책을 제시했다.
연구결과, 지난해 4월 오미크론 변이 유행 시 매일 평균 7만 7000명(최대 8만 8000명)의 환자가 재원했으며, 중증환자 1만 4000명, 위중증 환자 2700명에 달했다. 또 투석환자나 소아환자 등 특수환자는 매일 70~80명 신규 입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전국 필요병상량은 5만 2000병상(중증병상 3600병상)으로 추산했다. 신규 감염병의 위험성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과 델타 변이의 치명률로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김연재 센터장은 지역별로 코로나19 상황 및 대응이 상이하다는 점을 짚었다. 권역별로 봤을 때 경기도 지역이 가장 많은 병상(전체 1만 4000병상, 중증병상 870)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상이용률 및 관내의료이용률이 지역별·시기별로 달라 △권역감염병병원-시도지자체 협력체계 구축 △예비 인력 평시 교육 및 예산 지원 등을 통해 '권역 내 완결형' 의료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패널토론에서는 다양한 개선 방안이 나왔다.
김성한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연구자 주도 임상의 어려움을 감염병 대응 저해 요소로 꼽았다.
김 교수는 초기 데이터에서 코로나19 위중증 30% 감소 효과를 보인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 승인이 미국에서는 팍스로비드 승인 바로 다음 날인 2021년 12월 23일에 빠르게 이뤄졌으나, 한국은 2022년 12월에 이미 수입했음에도 3월 23일에야 '늦장 승인'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22년 3월 초과사망자수는 1만 8068명이었다. 제대로 썼다면 적절한 약으로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우리나라가 미국 FDA보다 더욱 전문성이 높아 많은 증빙자료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판단을 위한 전문성이 미흡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방지환 교수(보라매병원 감염내과)도 "병상 수만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감염병 컨트롤타워에서 효율적인 방역과 진료를 위한 전략을 세우려면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정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완결형 데이터를 도출하려면 중앙 및 권역 감염병병원은 진료보다도 연구·훈련·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힌 방 교수는 연구 비용 삭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방 교수는 "코로나19로 3만 4000여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국가 간 전면전에서도 이렇게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지 않는다"며 "감염병 대응에 안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선영 건양대 간호대학 교수는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한 환자가 많았다"면서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돌봄'의 질이 저하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의료인력을 위한 감염관리 교육 수행과 감염관리료 지급대상 확대 등의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도 "평상 시에도 팬데믹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평상 시 의료체계를 팬데믹 상황에서 탄력적으로 변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중환자실 구조 개편과 병상 구축은 물론 운영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정책에 실제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지역 완결형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국가 필수의료에서 이미 지역완결형 체계라는 방향을 갖고 있기에, 감염병 역시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공감했다.
박향 정책관은 "감염병 유행 시 동원할 수 있는 중증 병상을 상시 유지할 수 있는 적정 규모 및 방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하겠다"면서 "응급병상과 소아, 투석 등 특수환자에 대비한 병상 배치에 대해서도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대응국장도 "현재 신종감염병 중장기 계획을 만들고 있다. 토론회에서 제안한 내용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임 국장은 "권역감염전문병원은 현재 5개 설립을 추진 중이고, 추가로 2개를 더 지정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감염병 위기에서 행정기관 중심이 아닌 의료기관 중심으로 담당 거버넌스를 구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국장은 "권역감염병병원 시범사업과 병상 및 인력 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감염병 의료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