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학문 배경 '의학'과 달라…치과의사 보톡스 사건 잘못 인용
한의사 초음파 검진에 관한 국가적 관리·감독·평가 시스템 부재
세계보건기구, 전통의학 전략·목표 통해 국가 관리·규제·안전 강화 권고
WHO, 전통보완의학 위해성 짚어…대법원 한방 초음파 근거 제시 부적절
대법원은 2022년 12월 22일 '한의사가 초음파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발전 양상을 반영하여 전통적인 한방의료의 영역을 넘어서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에 관한 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인용한 치과의사 보톡스 재판은 안면부를 둘러싼 진료영역에 대한 다툼으로, 치과학도 해부학, 약리학, 병리학 등 학문적 배경과 토대는 의학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의사가 전통적인 한방 원리를 바탕으로 진료하다가 초음파 검사 행위로 발전했다면 "전통적 영역을 넘어서 허용되는 영역"으로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문에는 그렇다고 볼 언급이 없다. 즉 한방 의료기술의 변화·발전 양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초음파 장비의 역사를 살펴보면 1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이 어뢰 탐지용 군용장비를 초음파 원리로 발명하여 사용했다. 1948년 12월 일본은 최초로 어군 탐지용 어업 장비를 만들고 거듭 발전시켜 사용하고 있다.
초음파 기기는 물고기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닷 속 여러 물체의 다양한 반사파 음영으로 보이는 까닭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초음파 어군 탐지 실습과 경험이 없다면 그 결과는 불문가지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초음파 기술을 활용하여 기기를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하여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비파괴검사, 세정기, 점도계, 현미경 등 초음파기기는 관능검사를 대체하고 있다.
의학분야는 1950년대부터 여러 분야의 전문과 의사들이 초음파 원리를 바탕으로 의료용 초음파검진 기계를 만들어 진료에 이용하고 있다. 현재는 간, 담낭, 췌장, 비장, 콩팥 등의 상복부 장기나 방광, 자궁, 난소, 전립선 등의 골반강 장기 외에도 갑상선, 유방, 음낭, 근골격계, 심장, 혈관 등 다양한 인체 장기 다양한 장기들의 병소를 검진할 수 있는 초음파들이 각과 전문의들의 연구와 진료를 통해 임상데이터를 축적·분석해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초음파 기술이 발전되어 장기나 태아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3차원 초음파검사(3D ultrasonography)를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심장 박동까지 볼 수 있는 4차원 초음파검사(4D ultrasonography)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이라고 했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한방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한 변증논치의 진단을 보조수단으로 한 사례 즉, 개발·연구·진료에 이용한 정확하고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지 않은 채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고 했듯이, 의료행위는 '의사가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용하는 도구의 물리학적 특성으로 위해성을 판단한다고 하면, 고도의 의학적 지식의 획득 여부를 위한 의사면허시험 평가와 이를 담보하기 위해 수년간의 병원 수련의 질에 대한 적법한 관리나 인증시스템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우려된다. 장차 의료행위의 위해성은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가?
그 한의사가 수행한 한방의료행위와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초음파 진단기기에 관하여 즉 면허관리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행위자의 능력과 자질의 검증, 질적 수준의 담보, 그리고 교과와 임상수준에 대한 인증에 대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단지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논거를 알고 싶다.
십 수년전 의료법 제5조(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 면허) 제1항 제3호(외국의 제1호나 제2호에 해당하는 학교(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인정기준에 해당하는 학교를 말한다)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면허를 받은 자로서 제9조에 따른 예비시험에 합격한 자에 대하여 위헌 확인 청구가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외국대학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정 여부와 의학 지식 및 기술에 대한 절대평가 기능을 갖는 현행 국가시험으로는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한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 그리고 의료 수준의 질 관리 등의 정당성을 강조 등을 참고하며 이를 기각하였다.
이처럼 한의사의 경우, 초음파 검진에 관한 국가적인 관리·감독·평가 등의 시스템이 없는데도 의료행위가 의료법상 적법하다며 대법원이 판결로 확정한다면, 이제는 할 수만 있다면 헌법재판소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을까?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각국의 전통의학에 대하여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체계를 갖추도록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비추어 한방의료행위의 과학화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고 판시했다.
세계보건기구 전통의학 전략(WHO Traditional Medicine Strategy 2014-2023)
이 새로운 전략 문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회원국들이 전통 및 보완의학(T&CM)과 관련하여 자체적인 국가 상황을 결정한 다음,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 규정 및 지침을 개발하고 시행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회원국들은 다음의 세 가지 전략 분야에서 활동을 조직함으로써 이러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
1. T&CM의 역할과 잠재력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적절한 국가 정책을 통해 T&CM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구축한다.
2. T&CM 교육 및 훈련, 기술 개발, 서비스 및 치료를 통해 제품, 치료행위 및 치료사(practitioner)를 규제함으로써 T&CM의 품질 보증, 안전, 적절한 사용 및 효과를 강화합니다.
3. 건강 서비스와 건강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잠재적 기여를 활용하고 이용자가 자가 건강 관리에 대한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T&CM 서비스를 보건 서비스 제공 및 자가 건강 관리에 통합함으로써 보편적인 건강 보장을 촉진한다.
WHO 전통의학 전략 2번은 T&CM에 대한 교육 및 훈련 그리고 치료사를 규제하여 품질 보증, 안전, 적절한 사용 및 효과 강화를 제시했다.
WHO 전통의학 전략 두 가지 핵심 목표
건강 및 공공 의료 그리고 사람 중심의 의료 돌봄에 대한 T&CM의 잠재적 기여를 활용과 생산물, 치료 그리고 치료사를 통제함으로써, T&CM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촉진하는 회원국들을 지원하는 것.
이 목표들은 다음의 3가지 전략적 목표를 수행함으로써 달성될 것이다
1. 지식 기반의 구축과 국가 정책을 수립
2. 규제를 통한 안전, 품질 그리고 효율성의 강화
3. T&CM 서비스와 자기 건강 관리를 국가 보건시스템에 통합하여 보편적 보건 보장 촉진
WHO는 두 가지 핵심 목표에서 "생산물, 치료 그리고 치료사를 통제함으로써"를 언급하면서, 2번에서 다시 "규제를 통한 안전, 품질 그리고 효율성의 강화"를 전략적 목표로 강조하고 있다.
WHO는 'T&CM 제품, 치료사 및 자기 관리와 관련된 위해성 설명(Box 5 참고)'을 통해 □품질이 나쁘거나, 불량하거나, 위조된 제품의 사용 □자격이 없는 치료사(practitioner) □오진, 진단 지연 또는 효과적인 기존 치료법 사용 실패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노출 □직접적인 부작용, 부작용 또는 원치 않는 치료 상호작용 등 5가지 전통보완의학과 관련된 위해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전통의학에 대하여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체계를 갖추도록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는, 앞에 인용한 자료를 고려하면, 전통의학은 근거중심의학의 체계가 전 세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를 통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단계라는 지침을 한방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근거로 인용하기는 오히려 부적절하다.
현재 이원화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재판은 의료행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더욱이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실질적인 당사자인 국민이 이런 중대한 상황을 알고 있는지 안타깝다.
국가기관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를 위해 본연의 자세로 성심성의를 다하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