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이 남기고 간
풀벌레의 사연을 들여다본다
고독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외로움은 정밀 감식 중이다
단 세 줄로 요약된 삶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타살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유족들은 부검을 원치 않는다
사인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술도 떠나고 저녁도 떠나고
이제 안녕이란 말도 떠나고
번쩍 치켜든 손이 사이렌을 따라 훨훨 날아간다
사방은 어두워졌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머리에서 발 끝까지 술잔을 뒤집어쓴 기분
풀잎의 이슬을 닦아도
주머니엔 자꾸 물기가 어린다
고독을 쓸어 담으려면
버킷리스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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