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의 연장선…응급 뇌 수술 인력 부족"
"소수 병원의 지역 필수의료 담당 역부족, 중소병원 필수의료 확대해야"
지난 3월 19일 대구에서 외상을 입은 10대 청소년이 2시간가량 시내 종합병원 4곳을 전전하다 끝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응급환자 과밀, 수술 가능 의료진 부재 또는 수술 중으로 해당 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어려웠던 것.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지난해 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 사건과 같은 선상의 일이라며, 응급의료 및 필수의료 붕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10대 환자는 건물 4층 높이에서 추락하면서 발목과 머리를 다친 후 구급차에 실렸고, 수용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하던 중 2시간 만에 한 종합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구급차에서 심정지가 일어났다.
병의협은 "부검을 해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추락 2시간여 만에 환자가 사망했다면 해당 환자의 사망 원인은 외상성 뇌출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의뢰받았던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들은 응급 뇌 수술 가능 여부 및 가용 응급 병상 문제로 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병원에서 수술 인력과 병상에 여유가 있었다면 환자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해당 병원들을 비난하며 처벌하려고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지역에 보다 많은 병원들이 응급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무너져가는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실망이 크다. 지역사회 내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 기존의 대학병원 및 대학병원 몰아주기식을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형병원이라도 한 두 병원이 권역 전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것을 불가능하며, 따라서 중소병원에서도 필수의료 인력을 채용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또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수가 인상은 물론, 환자가 사망하면 어떻게든 책임질 희생양을 찾아 처벌하려는 잘못된 관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지금까지 필수의료 및 응급의료 붕괴로 인한 수많은 희생을 겪었음에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개탄하며 "정부와 국회는 이제까지와 같은 땜질 처방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나서서 의료계와 함께 해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