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를 이유로 보험사가 실손보험금을 감액 할 수 있을까?
보험약관에는 이러한 근거가 없다. 피보험자가 부정취득 목적의 다수 보험 가입을 한 경우나, 보험금 청구가 보험 사기에 해당하지도 않는데 단지 과잉 진료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피보험자의 과잉진료 방지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제한)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허리와 목 추간판 탈출증 양쪽 무릎 골관절염 등의 진단을 받고 35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의 입원의료비 총액은 4700여만원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9일 정도만 적정입원치료기간으로 보고 요양급여비용을 감액했다. A씨는 본인부담금 4300여만 중 2000만원을 일단 결제하고 퇴원한 다음, 입·퇴원 확인서, 소견서, 진료비계산서 등을 제출해 보험금 4300여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과잉치료이고 보상 제외 항목도 있다고 하면서 신경성형술과 입원비 등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320여만원만 지급했다. A씨도 병원에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병원은 A씨에게 진료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A씨는 과잉진료 항변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진료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A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위 사건에서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상태 등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고 있으며, 사후에 과잉진료 여부를 판단하려면 보다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우월한 증거가 있어야 함을 먼저 전제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과잉진료가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높음에도 보험금을 제한 없이 지급할 경우 사행심을 조장하고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된다는 점, 합리적 위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 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 결국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실손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는 점을 들어서, 피보험자가 과잉진료를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게을리 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하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다른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가입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를 하여 보험사들의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보험 사기 공범 또는 방조혐의로 병원을 고소해 의료법 위반과 보험사기 등 혐의점에 대해 수사가 개시되기도 하였으나, 이 사건 관련하여서는 피고 보험사가 병원을 고소하지 않아 A씨에 대한 진료행위에 대해선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위 판결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일반화 할 수는 없다. 판결문 기재와 같이 의료인이 진료방법 선택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더하여, 과잉 진료라는 표현 자체가 정량적이지 않은데 사후에 과잉진료로 단정하거나 또 피보험자에게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실손보험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보험 사기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보험사가 과잉진료방지의무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제시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후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한국소비자원은 실손보험사가 특정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하고, 과잉진료나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료 적정성이나 필요성과 관련한 의료자문, 법원에서의 감정 등이 주요한 자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의 법률적 함정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늘 해명에는 보다 많은 증거와 시간이 필요하다.
과잉진료 방지 주의의무라는 것이 구체적 사안에서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에 앞서, 과잉진료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할지 법률적인 고민이 필요해지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