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 소아는 후진국에 산다? "침몰하는 소아중증"

K-의료, 소아는 후진국에 산다? "침몰하는 소아중증"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2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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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질평가·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건 '소아중증' 포함해야
소아중환자 사망률 관리? PICU·간호사·전담전문의 확충 필요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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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배달과 고려청자 배달을 거리나 무게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 소아중증의료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하는 이유다"

조중범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소아청소년과)는 22일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연수강좌 '필수의료: 소아 중증의료'세션에서 소아중증의료에 대해 이 같이 비유했다.

소청과의사들은 소아중환자실(소아집중치료실, PICU) 운용에 대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특성상 많은 진료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고, 다양한 장비·시설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가는 이를 보강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자평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소청과는 소위 '돈이 되지 않는 과'로 분류, 경영자로부터는 "왜 청자를 생수 만큼 많이 나르지 못하냐"는 질책을 받곤 한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소청과의사들은 소아중증의료에 대해 오로지 사명감으로만 유지되고 있는 '침몰하는 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소아환자들은 성인과 달리 증상을 직접 말할 수 없다. 이에 진단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상 환자는 몸무게가 2∼3kg이 나가는 신생아에서 100kg이 넘는 어린이들까지 다양하다. 즉 이들을 모두 고려한 다양한 사이즈의 의료장비·도구들을 구비해놔야 한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상환자인 소아 환자들이 점차 줄고 있다는 것. 

은병욱 노원을지의대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가 발표한 최근 10년간 0∼19세 진료인원 통계에 따르면, 소청과 진료인원은 2008년 794만 5000명에서 2021년 527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소청과 급여진료비 역시 2012년 7161억원에서 2021년 513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최근 10년간 0-19세 인구변화, 의료이용, 전공의 지원율 변화 [자료=은병욱 노원을지의대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 발표 자료]ⓒ의협신문
최근 10년간 0-19세 인구변화, 의료이용, 전공의 지원율 변화 [자료=은병욱 노원을지의대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 발표 자료]ⓒ의협신문

소아환자 감소는 종별에 관계 없이 경영 악화에 큰 영향을 줬다. 먼저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최근 5년간 3308개에서 3247개로 61곳이나 감소했다. 어린이병원도 적자 누적으로 운영난에 직면했다. 한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는 2019년도 13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공의법·전공의 수련 4→3년 감소 등이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인력대책은 미비했다. 여기에 전공의 지원율은 그야말로 폭락했다. 대형병원조차 소아응급 진료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연령·시간·질환 제한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응급의료기관 409곳 중 36곳이 소아응급환자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김경원 연세의대 교수(소아과학교실)는 "전공의특별법 이후 교수 근무시간을 늘리면서 전공의 근무시간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중증도는 더 높아졌고, 의료질을 높이면서 할일은 더 많아졌다. 그사이 인력은 5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며 "소아중환자 진료분야는 침몰하는 배와 같다.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 지원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탄했다.

특히 소청과 인력문제가 종합병원 전반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경원 교수는 "성인중환자실에서 커버했던 환자들도 모두 넘어오고 있다. 같은 병원 이지만 성인중환자실에서 (소아중환자의)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받아주지 않는다. 소아중환자실 당직은 못 서겠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이렇게 되면 소아중환자들은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진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K-의료는 선진국 수준? 소아중환자는 후진국에 산다 

조중범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소아청소년과) ⓒ의협신문
조중범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소아청소년과) ⓒ의협신문

이날 세션에서는 우리나라 소아중환자 현실이 선진국보다 다소 떨어졌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의료지식의 차이가 아닌 시설과 시스템의 차이라는 진단도 함께다.

우리나라 소아 중환자실 사망률은 2012년 5.5%에서 2018년 4.0% 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2.3%, 핀란드는 1.3%, 일본 2.6%, 스웨덴 2.5% 등을 보였다. 

우리나라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조중범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보통 소아 중환자실 사망률과 관련해 1∼2%정도를 정상범주라고 본다"며 "우리나라에서 사망한 아이들 400명이 만약 핀란드나 미국, 일본에 살았다면 200명이었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소아 중환자 사망률은 어떤 방식으로 줄일 수 있을까? 그는 소아중환자실 확충과 간호사·전담전문의 등 인력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20년 <Ann Intensive care>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1인당 병상 수가 늘수록 사망위험이 높아졌다. 2023년 JKMA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중환자실을 관리하는 의사가 있는 그룹에서 사망률이 떨어졌다. 

또 소아환자가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와 일반 성인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에서도 사망률은 달라졌다. 특히 큰 수술을 받은 뒤 소아중환자실과 성인중환자실 입원 시 사망률은 2.8배의 차이가 났다.

조중범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을 볼 때는 1.6배 이상의 차이가 더 많이 난다"며 "성인과 소아의 바이탈은 차이가 있다. 여기서 사망률의 차이가 나온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외국의 경우, 90% 이상에서 소아 전문 중환자실에 소아가 입원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45%. 절반도 안 되는 어린이만이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다"며 "대부분 3차 병원이고, 분포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성인들이 선진국에 살고 있다면, 소아들 역시 선진국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 이 부분을 잘 들여다 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수가와 함께 채찍도…의료질평가·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건에 '소아중증' 포함해야"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는 4월 22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학술대회 및 연수강좌 중 한 세션으로 필수의료:소아중증의료 관련 패널토의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은병욱 노원을지의대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 조중범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소아청소년과), 임혜성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 김경원 연세의대 교수(소아과학교실), <span class='searchWord'>김여향 경북의대 교수(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span>. ⓒ의협신문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는 4월 22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학술대회 및 연수강좌 중 한 세션으로 필수의료:소아중증의료 관련 패널토의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은병욱 노원을지의대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 조중범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소아청소년과), 임혜성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 김경원 연세의대 교수(소아과학교실), 김여향 경북의대 교수(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협신문

이날 토의에서는 다른 토론장과 마찬가지로 '적정 수가 보상'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하지만 소청과의사들은 '채찍'을 들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무게를 뒀다.

김여향 경북의대 교수(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소아집중치료실이 있는 병원이 단 10개 남짓이다. 이정도의 규모도 공공전문진료센터 규정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본다"며 "병원 평가항목이 아니더라도 의료질관리 평가에라도 소아집중치료실 관련 기준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중범 교수 역시 "현재 중환자실에는 소아전담전문의가 없어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이에 소아가 소아전용 중환자실이 아닌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선정기준에 소아중환자실 및 소아전담전문의 인력기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필수의료지원 대책' 및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에 대한 한계점도 지적했다. 

소아 일반병동 입원에 적용하는 연령 가산 확대나 신생아실·모자동실 입원료 인상 등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과 함께 1호 공공정책수가로 불리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의 유인책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여향 교수는 어린이공공진료센터의 사후보상제도와 관련해 "시범사업이라는 단어는 경영자를 믿지 못하게 한다.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며 "처음부터 본사업이라면 집중센터치료처럼 연속성을 볼 수 있겠지만 어느 한순간 안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조중범 교수 역시 "사후보상제도는 혁신적이다. 하지만 손해를 줄여준다는 것만으로 경영자를 설득할 수 있는가?"라며 "보완은 되겠지만 늘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새로운 유입을 위해서는 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유인할 수 있는 수가정책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혜성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필수의료대책은 정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핵심 과제다. 특히 중증응급소아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소아응급, 중증소아 분야는 어느분야보다도 큰 관심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정부는 행위별수가제도의 한계 극복을 위해 네트워크 보상, 사후보상제도 등 기존 틀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기존방식은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사후보상제도와 관련, 바로 본사업을 하고싶지만 사업구조를 확정하고, 수가구조를 확정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모형 관철 뒤에는 본사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답이 안나오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할거다. 국고지원 사업들에 대해서도 기재부와 협의 중이다.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필수의료대책, 특히 소아와 관련해서는 혁신적이라고 놀랄 정도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오늘 많이 혼나고 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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