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변이 수만개 기능 예측 '한번에'…치료 항암제 선택에도 기여
"환자 맞춤형 암 치료의 초석…암 유전체학·진단검사의학의 오랜 문제 풀어"
김형범 연세의대 약리학교실 교수가 'High-throughput functional evaluation of human cancer-associated mutations using base editors(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인간 암 관련 돌연변이의 고처리량 기능 평가)' 연구로 제30회 의당학술상을 받았다.
해당 연구는 지난 2022년 6월 국제학술지 <Nature Biotechnology (IF=68.164, 분야 상위 1% 이내)>에 게재됐다. 의당학술상 시상식은 4월 23일 대한의사협회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됐다.
김형범 교수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Base editor)를 이용해 암세포에서 발견되는 수만개 변이의 기능을 '한번에' 평가해 내는 데 성공했다.
암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변이 중 암이나 항암제 내성을 일으키는 변이를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찾아내는 데 응용될 뿐 아니라, 향후 '환자 맞춤형 암 치료법 개발'에도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수많은 유전적 변이 대부분은 암세포의 성장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알려져 있지 않다. 변이들의 기능적 효과를 알아내기 위해선 해당 변이를 하나하나씩 세포에 도입해 세포증식을 비교해야 했다.
즉 수만개 변이의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선 수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했다. 한 번의 실험에는 변이 하나의 기능만을 평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형범 교수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암세포에서 발견되는 변이 10만 개 이상을 불멸화된(immortalized) 정상 폐 세포에 하나씩 도입했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 변이들의 기능을 차세대유전자분석법으로 분석, 총 2만 9000여개 단백질 변이의 기능을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과정에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도입 효율이 떨어지거나(0.5%, 157개) 여러 개의 변이가 만들어지는 경우(0.06%, 18개) 등의 데이터는 제외했다.
해당 연구는 수년 이상 연구가 필요했던 일을 수 주 동안의 실험으로 알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한, 획기적인 기초의학 연구로 평가받는다.
특히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종양 변이들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 항암제를 선택하는 데도 유용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김형범 교수가 이미 기존 연구를 통해 교정 유전자가위의 활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등 세계적인 연구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변이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다는 문제(variants of unknown significance)는 암 유전체학의 가장 큰 과제이자, 현대 진단검사의학에서 유전학적 정보를 해석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김형범 교수의 이번 연구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당학술상 취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의당학술상은 진단검사의학의 초석을 다진 의학자이자 헌혈운동의 선구자인 고 의당 김기홍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의협과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한 의학상이다. 의당은 서울의대 제1회 졸업생이자 국립중앙의료원 창설 멤버로 대한혈액학회장(1968∼1970년)·대한병리학장(1973∼1974년)·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학회장(1976∼1980년)·대한의학협회 부회장(1976∼1981년)·대한임상병리학회장(1980∼1984년)·대한수혈학회장(1985∼1986년) 등을 역임하며 의학 발전에 기여했다.
※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지난 2014년 고 김기홍 박사의 장남인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사재를 들여 세운 순수 문화재단이다. 매년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베트남에 파견, 문화교류 및 교육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문화교류전·아세안 문학번역사업·의당 장학금·의당 학술상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