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간호단독법' 왜 '기형'이라 할까? 해외 법 봤더니

초점 '간호단독법' 왜 '기형'이라 할까? 해외 법 봤더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24 16:36
  • 댓글 1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협 주장 해외사례? 영역 별 독립 or 통합규율 형태뿐
'지역사회' 일본 간호사법에도 없어…개호보험법 근거

대한간호협회는 세계 90개국이 간호법을 제정하고 있고, OECD 국가 38개국 중 33곳에서 간호법을 제정하고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작년 4월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간호법을 보유한 국가는 단 11곳에 불과했다. [이미지=대한간호협회 공식 유튜브 캡쳐, 편집] ⓒ의협신문
대한간호협회는 세계 90개국이 간호법을 제정하고 있고, OECD 국가 38개국 중 33곳에서 간호법을 제정하고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작년 4월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간호법을 보유한 국가는 단 11곳에 불과했다. [이미지=대한간호협회 공식 유튜브 캡쳐, 편집] ⓒ의협신문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단독법 제정의 필요성을 외치며 입에 올린 첫 번째 근거는 바로 '해외 사례'였다. 

특히 세계 90개국, OECD 회원국 중 33개국이 간호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간호법 제정이 세계적 흐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간호법을 보유한 국가는 단 11곳에 불과했다. 당시 의료정책연구소는 각 국가의 국회·정부 홈페이지에서 최신 법령을 확인·분석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분석 결과 OECD 회원국 중 간호법을 보유한 국가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튀르키예 11곳이었다.

법령상 'Law, Act, Code' 형식을 갖고 있는 경우에 한정한 결과였다. 간호협회의 경우 간호사와 관련된 법의 일부나 하위법령 'Regulation, Order' , 가이드라인 형태 등을 모두 포함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단체가 해외 사례를 현재 추진 중인 간호법과 비교할 목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Law, Act, Code' 등 법령 이상의 간호법을 보유한 국가에 한정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OECD 국가 간호법 유무 조사 결과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OECD 국가 간호법 유무 조사 결과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그렇다면, 해외에서의 간호법은 어떤 형태일까?

[의협신문]은 주요 OECD 국가의 '간호사법'을 분석해 봤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간호단독법'과 해외의 '간호법'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먼저 의협·간협 모두 '간호법을 보유 중'이라고 분석한 일본·독일·캐나다의 간호사법을 살펴봤다.

일본의 경우, 1948년 제정된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과 1992년 제정된 <간호사 등의 인재확보의 촉진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의료법 역시 존재하는데, 의사법과 함께 치과의사법·방사선사법·물리치료사법·약사법 등의 독립법률이 함께 마련돼 있다. 

독일은 1985년 제정한 <간호직업에 관한 법>을 두고 있다. 역시 의료법을 두고 있으며 연방의사법·의사면허법·연방수의사법·치아의술수행에 관한 법률 등 각각의 독립법률을 제정했다. 1988년 <간호사법>을 만든 캐나다도 의료법이 있는데, 의사법·치과의사법·약사법도 각각 따로 제정했다.

영국의 경우, 1979년 간호사 단독이 아닌 '간호사·조산사·방문간호사법'을 만들었는데, 역시 국민보건서비스법·의료법·치과의사법·안경사법 등 독립법률을 두고 있다. 조산사법과 간호사법을 함께 둔 또 다른 나라로는 싱가포르(간호사·조산사법, 1999년)가 있는데 의료등록법, 치과의사법, 중의사법 등 역시 독립 법률 체계로 운영된다.

주요국 간호법 사례 및 관련 법 체계 ⓒ의협신문
주요국 간호법 사례 및 관련 법 체계 ⓒ의협신문

프랑스(공공보건법전)·핀란드(보건의료인력법)·노르웨이(보건의료인력법)·뉴질랜드(보건의료인 역량 보증법)·호주(건강전문가 규정을 위한 법)·덴마크(보건법) 등은 보건의료 직역에 대해 통합적인 규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호주와 덴마크의 경우, 과거 간호사 단독법이 존재했지만 보건전문직업법을 제정하면서 폐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의 자격·면허 등을 하나의 법으로 일관성 있게 규정하려는 의도였다.

또 통합·단독법을 보유한 각 국의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간호인력 면허 발급·관리·협회 설립 등 간호인력의 관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의료면허 영역 중 <간호사법>만을 따로 하나만 제정하고 있는 국가는 없었다. 이마저도 면허에 대한 '관리'목적을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간호법안에 면허관리내용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업무범위 확대, 처우개선, 취업지원만이 존재할 뿐이다.

간호협회에서 요구하는 간호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형적' 법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 의료법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를 통합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간호사법만을 단독으로 만든다면, 전체 의료법률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보건복지의료계의 주장은 여기에 근거한다.

'지역사회' 일본 간호사법에도 없어…개호보험법 근거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추진 중인 간호법 제1조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명시돼 있다. 

'지역사회' 문구는 현재 의료계와 간협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이다.

간호협회는 '돌봄' 강화를 위해 지역사회 문구가 반드시 간호법에 포함돼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단골로 비교 되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일본의 간호 관련법에는 정작 '의료기관 외' 지역사회에서의 업무 관련 조항이 없었다.

일본의 의료법은 '의료기관'에 관한 내용만 규율하고, 각 직역별 면허는 별도 법률로 규정하는 체계다. 의사법, 치과의사법, 물리치료사 및 작업치료사법, 방사선사법, 의지보조기사법, 임상병리사법, 언어청각사법, 유도접골사법 등이 함께 규정돼 있다.

일본의 간호 관련법은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과 ▲간호사등 인재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 2가지다.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은 1948년 제정됐다. 간호사 등의 양성과정 및 면허, 자격시험 및 업무 등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후생노동대신의 면허를 받아 상병자나 산모에 대한 요양상의 간호 또는 진료 보조를 실시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로 다소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1992년 제정된 간호사 등 인재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간호사 등의 처우 개선, 자질 향상, 취업 촉진 등 규정하고 있다. 

두 법률에는 모두 의료기관 외 (지역사회) 업무 관련 조항이 없다. 

일본의 방문간호제도는 현재 '개호보험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유사한 법률이다. 주치의의 '방문간호지시서'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 2014년 <지역 의료 및 개호의 종합적인 확보·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와 돌봄(개호)을 통합 제공하는 체계로 개선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선진국들도 과거 한 때 의료를 배제한 돌봄과 복지 중심의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들이 있다"며 "의료가 배제된 복지 중심의 돌봄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만이 지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선진국들의 커뮤니티케어는 의료기관 중심의 의료돌봄 통합이 대세"라고 설명했다.

'간호를 중심으로 한 초고령사회 대비'라는 간호법 추진 근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간호 관련 법령에서 방문간호나 지역사회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일련의 해외 사례들은 해외 국가에서 '간호법'은 타 의료면허 영역들이 함께 독립됐을 경우 마련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면허 관리 목적에 한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는 더 이상 간호법 제정의 근거로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