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폐기능 검사결과 학습, 폐기능 예측 AI 개발…정확도 90%
초기 증상 없어 폐기능 검사 안 받아…접근성 높은 저선량 CT 활용
이세원·김남국 울산의대 교수팀, 저명 국제학술지 '라디올로지' 발표
CT 검사 결과로 폐기능을 약 90% 이상 정확도로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10대 사망원인 중 3위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장기적인 흡연이나 가스 노출로 폐포가 손상돼 결국 숨쉬기가 매우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서서히 진행되고 초기 증상이 없다보니 조기발견이 힘들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활량을 측정하는 폐기능 검사로 진단한다. 호흡 곤란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대부분 폐기능 검사를 받지 않는데, 상대적으로 널리 시행되는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폐기능을 예측해 만성폐쇄성폐질환 위험 환자를 구별하는 인공지능(AI)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세원(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김남국(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박현정연구원) 울산의대 교수 연구팀은 1만 6000명의 저선량 흉부 CT 검사 결과와 폐기능 검사 결과를 학습시켜, CT 검사 결과로 폐기능을 약 90% 이상 정확도로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폐암, 폐결절, 기흉 등 폐의 구조적인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검사법으로, 일반적으로 건강검진 때 많이 시행된다. 특히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해 국가적으로 만 54세 이상 만 74세 이하 남녀 중 폐암 발생 고위험군은 2년에 한 번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지원되고 있다.
반면 COPD를 진단하는 폐기능 검사는 검사자, 검사 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폐활량 변화 등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환자도 특별한 호흡곤란 증상이 없는 한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COPD는 담배, 가스 등에 장기적으로 노출돼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파괴되고 폐포가 망가지면서 폐기능이 떨어져 결국 숨 쉬기가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폐기능이 상당히 떨어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 이미 증상 발현 후에는 손상된 폐포를 회복시킬 수는 없고 최대한 손상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어, 조기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2015년 1월∼2018년 12월 건강검진을 받은 1만 6148명의 저선량 흉부 CT 검사 결과와 폐기능 검사 결과를 학습시켜 CT 검사 결과로 폐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을 구별해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폐활량 검사 결과는 숨을 최대로 들이마신 후 최대한 강제로 내뱉는 양인 '강제폐활량'(FVC)과 1초당 강제로 내쉴 수 있는 공기량인 '1초 간 노력 폐활량'(FEV1)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두 수치 각각 93%, 90% 정확하게 예측했다.
또 두 수치를 활용해 COPD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FEV1/FVC)도 약 85%의 정확도로 예측했다.
김남국 교수는 "CT 영상에서 나타나는 폐의 해부학적 특징과 폐기능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이 이전에 있었지만,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CT 영상만으로 폐기능을 예측하는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인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세원 교수는 "COPD 치료법으로 여러 흡입제가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지만, 흡입제 사용만으로 완치되기는 어렵다. 조기에 발견해 흡연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악화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는 COPD 위험 환자들을 최대한 발견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진단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북미영상의학회에서 발간하는 영상의학 전문학술지 <라디올로지>(Radiology·IF=29.146)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