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변호사협회 '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례 고찰' 토론회
"한의학과 무관성 불명확 시 형사처벌 않겠다는 것...사용 허용 취지 아냐"
"한의사 의학진단기기 사용, 위해성 고려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최근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관련 판결을 두고 법조계와 의료계, 한의계가 한자리에 모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고찰했다.
한국의료변호사협회(의변)는 4월 26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1층 회의실에서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바른)가 주제발표를 했고, 김진환 대한영상의학회 법제이사(충남의대 영상의학 교수)와 한홍구 대한한의사협회 법제부회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장은 이미영 의변 의약품의료기기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사건의 본말은 이렇다.
한의사인 피고인 A씨는 2010년 3월 2일부터 2012년 6월 16일까지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기로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면서 진료 행위를 했다. 1심과 2심에서는 한의사 A씨가 의료법을 위반(무면허의료)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12월 22일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지난 4월 6일과 4월 20일 두 차례 공판에 이어 오는 6월 22일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경수 변호사는 대법원이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했을 시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한지 등)과 관련해 "한의학의 과학화를 촉진하고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함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향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한의대의 초음파 진단기기 교육과 국가시험 출제 등 교육 제도를 허용 근거로 든 것은 의학·한의학·치의학 모든 영역에서 서로 간 의료행위를 넘어서는 여지를 줄 우려가 있다. 교육과 평가가 면허 범위에 영향을 준다면 어떤 수준까지 이뤄져야 충분한지도 모호하다"면서 "초음파를 청진기로 비유한 것 또한 적절한 판시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무관함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형사적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초음파 판결을 내리기 직전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지시한 한의사의 유죄를 확정한 판례를 예로 들었다.
대법원은 지난 2021년 9월 9일 한방병원에 재직한 B 한의사가 의사를 대신해 간호사들에게 입원 전 환자의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지시한 것을 한의학적 원리에 근거하지 않았다면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로 판단했다(2021도6110 판결).
김 변호사는 "'한의사가 현대과학에 기본 원리를 둔 진단방법을 제한 없이 사용한다면 서양의학적 진단 결과에 의존하는 폐단을 가져올 수 있다'는 당시 대법원 판시는 이번 토론에서 다루는 판결과 매우 상반된 것"이라면서 "전통적인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하지 않은 의료기기 등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라 쉽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한 의미로, 환자에게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해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여부는 현실적인 편의성이 아닌 국민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은 물론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의사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서양의학의 관점 및 지식을 갖췄음을 전제로 설명의무를 다하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판시에 대해서는 "일정한 범위라는 것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나, 적어도 그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현대의학 의사와 같은 수준과 책임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널토론에서 김진환 대한영상의학회 이사와 한홍구 한의협 부회장은 '초음파 진단기기 원리의 근간'을 두고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김진환 영상의학회 이사는 "어군탐지기를 사람 몸에 대서 진단할 수 있나? 초음파 진단기기는 의사들이 의학적 지식을 적용하며 의료초음파를 연구한 덕에 진단과 치료에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초음파 검사는 시술자의 전문성과 지식에 크게 좌우된다. 기기 자체의 안전성과 의료 진단 적용의 안전성은 별개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새로운 진단기기를 인체에 적용하기 전에 실험실에서 임상적·과학적 증명이 필요한 것은 국제적 규칙이다. 일단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전에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고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면서 "진료와 실험은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홍구 한의협 부회장은 "초음파는 물리학 원리에 기초한 것일뿐 서양의학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발제자에게도 "한의사에게 진단기기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라고 했는데 저는 허용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반론을 폈다.
"한의학의 과학적 발전은 국민건강 증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짚은 한 부회장은 발제자에게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출시된 일명 '셀프 측정기기'를 한의원에서 쓰는 데 문제가 없을지 △한의학적 진단명이 아닌 의학적 진단명을 사용해 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지 △간단한 미용 등을 한의사가 할 수 있게 된다면 의사들이 필수의료 영역으로 배치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지 등을 질문했다.
김 변호사는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 등을 한의학적 원리와 연결해 쓸 수 있다면 가능하지만, 연관이 없다면 적어도 지금 판례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의학 진단명을 사용해 서류를 발급할 때는 서류를 어디로 보낼지에 따라 문제가 달라질 수 있고, 특히 '의심'이나 '의증' 표현을 붙이는 것이 아닌 최종적 진단에는 주의해야 한다"면서 "필수의료란 사람이 적은 문제가 아니라 유입이 적은 문제다. 배우고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배치 문제가 아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