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의협 비대위, 적극 행동 나선다면 최대한 협조"

전공의 "의협 비대위, 적극 행동 나선다면 최대한 협조"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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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주 100시간, 36시간 연속근무 전공의 현실...노동 3권 보장해야"
강민구 대전협회장 "소통없이 일방적 법안 추진 시 단체행동 논의할 수밖에"
간호법·면허법 대통령 재의·주 52시간 근무·수련비용 지원·건강보험 개혁 등 요구

ⓒ의협신문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5월 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현장 노동자인 전공의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대체 어떻게 현실을 바꿀 수 있습니까?"

전공의들이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전공의 역시 의료 대란을 원치 않지만,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단체행동(파업)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5월 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대통령 재의 요구를  비롯해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수련환경 개선과 노동 3권 보장 등 주요 요구사항을 밝혔다. 

대전협은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십분 알고 있으나, 전공의 역시 인간적인 근무 여건에서 동료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싶은 한 사람"이라며  이해와 지지를 호소했다.

대전협은 간호법에 대해 "동료 의료인으로서 젊은 간호사들을 포함한 전 보건의료직역의 처우 개선에 공감하나 직역 간 협력과 소통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탈(脫) 필수의료에 불을 지피는 의사파업금지법"이라면서 "주 100시간 노동자의 파업권은 최소한의 노동 3권"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5월 2일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대통령 재의 요구를  비롯해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수련환경 개선과 노동 3권 보장 등 주요 요구사항을 밝혔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 "의사 일은 의사가, 간호사 일은 간호사가처우 개선 논의 함께 하자"

강민구 대전협회장은 "전공의들은 시민 여러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젊은 날 청춘을 다 바쳐 헌신하는 의료인"이라며 "마찬가지로 함께 헌신하고 있는 동료 젊은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은 환자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젊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1인당 환자 수 5명 제한 △무임금노동 개선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불필요한 위계질서 개선 등이 2023년 내에 꼭 해결됐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강민구 대전협회장은 "2015년 전공의법 도입에 따라 주80시간 제한 이후, 전문의를 추가 채용하기보다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PA(진료지원인력)라는 이름으로 해결하려 했던 암묵적 관행이 있었다"면서 "대전협은 그동안 무면허 의료행위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인 간호사에게 종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시민건강을 위해 향후 법적 대응과 공론화를 포함한 의료계 내부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 근절 운동 등 자정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간호법안은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을 합법적으로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할 예정인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 주요 내용을 간호법과 함께 종합해 보면, 병의원 및 지역사회 각종 센터 내에서 의사 없이 각종 시술 등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충분한 소통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민구 대전협회장은 "의사의 일은 의사가, 간호사의 일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의 일은 간호조무사가 해야 한다는 원론에 동의한다"며 "대전협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여러 직역이 하나의 팀을 이뤄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주 100시간을 근로하는 노동자의 파업은 최소한의 노동 3권이자 시민들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행동"이라면서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업무개시명령과 더불어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이라고 비판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 "붕괴하는 의료 현실에 목소리 내려면 국민 지지 필요해함께 가고 싶다" 호소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는 "우리도 중범죄를 저지르며 직업 윤리를 저버린 의사와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의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따르면 앞으로 의사는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면허취소를 걱정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대전협은 "주 100시간을 근로하는 노동자의 파업은 최소한의 노동 3권이자 시민들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하며 "지금의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업무개시명령과 더불어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이다. 우리는 파업을 할 때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를 각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도 "공무원을 제외하고 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직종은 의사, 약사, 화물운수종사자 밖에 없다.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헌법 제12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7조에도 위배된다"며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도 한국의 업무개시명령의 노동권 위반 소지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대외적인 국격 또한 손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인 면허취소법으로 더욱 악화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민구 대전협회장은 "우리는 시민 건강권 확보를 위해 필수의료 인력 확충 등 정부와 협의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노동자로서 기본권을 제한당하는 현 상황 속에서 앞으로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며 "급여에 관계 없이 △교통사고로 인한 면허취소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주100시간 근무를 사명감으로, 개인이 일방적으로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들도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모든 법안과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전국 전공의 단체행동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또 "의사들이 이득을 위해 파업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짚었다.

강민구 대전협회장은 "간호사 등을 주축으로 하는 보건의료노조 또한 '돈보다 생명'을 구호로 거의 매년 파업을 논의한다. 의사는 2000년, 2014년, 2020년 세 차례만 파업했다"며 "모두 원내 의료인의 정당한 노동권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의료인이 행복한 것이 환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외국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 전공의는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수시로 파업하고 있고, NHS 소속 영국 전공의들도 2023년 현재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파업은 시민적 권리로 인정받으며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에 크게 노출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은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의료계와 소통 없이 모든 법안과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전국 전공의 단체행동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의료환경 구축에 목소리를 내고 노력하기 위해, 시민 여러분의 지지를 거듭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단체 행동 여부에 대해서는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것에 대전협 집행부뿐 아니라 회원들 분노가 굉장히 크다. 단체 행동이 삽시간에 일어날 수 있기에 신중한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단체행동 요구가 있어 논의를 지속할 수밖에 없으나, 두 차례의 국무회의와 국회 및 정부의 동향을 살펴보며, 국민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내부에서 치열히 논의할 것이다. 우리도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의료 현안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한다. 5월 9일 충분한 중재안에 도달하지 못해 비대위가 5월 17일에 적극 행동에 나선다면 최대한 협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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