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난임치료 안전성·효과성 검증부터

한방 난임치료 안전성·효과성 검증부터

  •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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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처럼 '한방 난임치료'도 객관적 연구 통해 검증해야 '안전'
유산율 높이고, 태아기형 유발 '한약' 검증 없이 급여·지원 '위험'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국회는 2023년 5월 9일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정부 예산에서 한방 난임치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를 확보하고, 건강보험 적용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 예산과 건강보험 재정에서 한방 난임치료를 지원하려면 잘 설계한 무작위 대조연구·메타분석·계통적 문헌고찰 등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물론 현재 건강보험 적용 대상인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 의과 분야 난임치료는 안전성과 효과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

한방 난임치료는 대조군이 없는 증례보고나 후향적 단면연구 정도여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 정책토론회는 한방 난임치료에 사용하는 한약이 안전한지, 또한 기존 치료에 비해 효과적인지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절차를 생략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의2(요양급여 대상의 여부 결정에 관한 원칙)는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등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하여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을 두고 있는 이유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확보해 난임부부의 성공적 출산과 태아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요양급여는 원칙적으로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7∼2019년 3년 동안 지자체에서 진행한 한방난임사업을 분석한 결과, 임신 성공률은 12.7%로 <span class='searchWord'>자연임신</span>율(24.6~28.7%)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방 난임치료를 위해 처방한 한약 중에는 임신 중 복용 금기 한약제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협신문
2017∼2019년 3년 동안 지자체에서 진행한 한방난임사업을 분석한 결과, 임신 성공률은 12.7%로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방 난임치료를 위해 처방한 한약 중에는 임신 중 복용 금기 한약제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한방 난임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인가를 살펴보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2017∼2019년 3년 동안 지자체에서 진행한 한방난임사업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3년 동안 103개 지자체가 진행한 한방난임치료사업에 4,473명이 참여했으며, 498명이 임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 한 쌍을 1명으로 환산한 치료단위(3,969명) 기준으로 12.5%의 임상적 임신(임신 6∼7주경 질 초음파 검사상 태낭과 태아의 심박동이 확인된 경우) 성공률을 나타냈다. 12.5%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단순 관찰만한 원인불명 난임여성의 임상적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한의계와 지자체는 임신성공률이 20∼30%에 달한다며 유효성을 입증한 것처럼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임신성공률을 2배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침술과 약침의 난임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자체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유산을 유발하는 임신 중 복용 금기 한약재가 한방난임치료에 처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 보고서(WHO monographs on selected medicinal plants, 1999)에는 목단피(牧丹皮)가 유산의 유발작용(abortifacient activity)이 있어 임신 중 복용 금기(禁忌)라고 보고했다. 목단피가 있는 한약을 복용할수록 임신한 여성에서 유산율이 급증하는 경향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도 한약재 목단피(牧丹皮)가 수정란의 착상과정을 억제, 초기 임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000년 7월까지 3년 동안 경희대학교에서 수행한 '한약이 임신 중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세균주 및 포유류 배양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임신 중 사용하는 한약 또는 한약재의 상당수가 유전자 돌연변이·세포 독성·염색체 이상 등의 유전독성을 일으켰다.  또한 임신생쥐에 백출(白朮)을 투여한 경우 태아의 유전적 이상을 초래했으며, 임신 초기에 한약을 투약 시 생쥐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쳐 분만 태아 수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임신 중에 많이 처방하는 한약들이 태아에 선천성 기형(畸形)을 유발하고, 초기 임신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보고했다.

지자체가 진행한 한방난임치료사업에 유산 유발 우려와 초기 임신 저해 위험이 있는 복용 금기 한약재를 사용했다는 것은 큰 문제다. 난임치료 한약의 안전성에 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한방난임치료사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출생아(出生兒)의 건강상태는 난임치료 평가 시 제일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2019년도 사업에 참여한 40개 지자체 중 출생아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지자체는 단 25%(10곳)에 불과하다. 투여된 한약에는 유산·조산·선천성 기형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약재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료 없음", "추적기간 경과", "확인 불가", "사업영역 아님", "2019년 한의약난임 지원사업 지원 종료 후 따로 출산 시까지 관리하지 않아 이와 관련된 자료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의약품의 안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임신 중 복용하는 난임 및 임신유지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다루는 소관부처가 아니다"라면서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증하고 관리하지 않는 한방난임치료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하느라 시간을 할애한 폐경기에 가까운 여성의 경우 임신가능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보조생식술(補助生殖術) 금지기간을 준수하느라 의과 시술을 포기해야 한다. 한방치료를 받느라 시간을 할애하다 연령이 43세에 이르면, 의과 보조생식술조차 시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효과성이나 안전성이 밝혀지지 않은 한방난임치료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한방난임치료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것은 인체의 위해 및 인권침해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난임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한방난임지원사업을 중단하도록 지도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미입증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에 지난 3년간 무려 57억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통계청은 "2022년 출생아의 72.5%가 결혼 5년 이내에 태어나는 만큼 혼인이 줄어들면서 출산도 감소할 것이고,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7살, 여자 31.3살로 1년 전보다 각각 0.4살, 0.2살 올라갔다"고 발표했다. 결혼 후 2년이 지나도 임신하지 못하면 난임을 걱정한다. 초혼 여성은 33.3살 이후부터 난임을 우려하고, 결혼 후 5년이 흘러 36.6살이 넘도록 출산하지 못하면 효과적이고 안전한  난임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혼부부에게 현재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일본은 전문의 자격이 있는 의사 중에 3년간 한방을 수련하고 인정시험에 합격한 한방전문의(漢方專門醫) 자격 취득자가 약 2,500명 정도다. 후생노동성의 불임치료사업은 이들 한방전문의를 제외하고 오로지 산부인과 진료만 지원하고 있다. 

(그림)일본 후생노동성 불임치료 안내문. ⓒ의협신문
(그림)일본 후생노동성 불임치료 안내문. ⓒ의협신문

후생노동성은 2022년 4월부터 인공수정 등 '일반불임치료'와 체외수정·난세포질내 정자 직접 주입술 등 '생식보조의료'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보험적용 기준은 일본생식의학회가 실시한 일반 불임치료와 생식보조의료 관련 의료기술의 유효성 등을 평가하고 정리한 '생식의료 가이드라인'를 토대로 하고 있다.

'생식보조의료'는 난자 채취에서 배아 이식에 이르기까지의 모두 보험을 적용하며,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추가적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있는 선진(先進)의료는 보험진료 병용이 가능하다.

중국도 보조생식술 등 현대의학 불임치료를 우선해서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대학이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 2007∼2020년까지 중국의 불임률은 12%에서 18%까지 증가했다. 

2021년 7월 18일자 신화망(新華網) 베이징 보도를 살펴보면 중국도 불임·난임 치료를 위해  인공수정·시험관 아기 등 보조생식술 시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매년 보조생식술을 통해 태어나는 시험관 아기는 약 30만 명에 이른다. 중국의 시험관 아기 성공률도 거의 구미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2020년 6월 말 기준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생식술 승인을 받은  의료기관은 523곳에 달한다. 중국도 여성의 나이가 40세를 넘어가게 되면 임신 성공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며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1년 9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차 회의에서 국가의료보장국은 불임 보조치료의 의료보험 적용과 관련해 서의학(西醫學) 약물사용·배란 유도약물·보조생식기술(補助生殖技術)을 포함하도록 했다. 중국도 불임·난임 치료를 위해 서의약 치료를 우선하고 있다.

난임부부의 행복한 임신과 출산 그리고 태아의 건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국가기관과 지자체는 물론 의료인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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