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장·베리 그린버그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의대 교수
고령화 타고 심부전 유병률 급증..환자 입원·사망 위험, 사회적 부담 '상승곡선'
여전히 낮은 환자 인지도·위험도 인식 적극 치료 걸림돌...중증도 조정작업 시급
"고령화 사회에서 심부전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환자의 사망률, 입원률, 의료비에 더해 보험재정 부담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정부가 심부전 관리와 대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한미 석학들이 고령화 사회, 심부전 관리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심부전은 관상동맥질환·고혈압·판막질환·심근증 등 여러 심혈관질환의 최종 합병증으로 나타나며, 인구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그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악화와 안정을 반복하는 질환의 특성상 환자가 입원과 재입원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입원 횟수가 늘어날 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높아지며 의료비용 또한 증가해, 단일 심장질환으로는 가장 높은 의료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심부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의협신문]이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장과 베리 그린버그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고 메디컬센터 의과대학 교수를 만나, 심부전 치료 현황과 예방, 관리대책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으로 심부전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관리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강석민 회장은 아시아-태평양 심부전학회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연세의대 교수)이자 대한심부전학회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버그 교수는 미국심부전학회 창립멤버로 학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미국심부전학회 평생 공로상, 미국 최고 의료진상을 수상하는 등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Q. 대한심부전학회서 주기적으로 팩트시트를 통해 우리나라 심부전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상황, 어떤가.
=(강석민 회장)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2배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고령화와 더불어 유병률 그래프가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부전은 악화와 안정을 반복한다. 때문에 환자가 자주 입원하게 되고 삶의 질이 떨어지며 의료비 부담도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고령화 사회에서 심부전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환자의 사망률과 입원율, 의료비 부담이 모두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재정부담도 함께 증가할 것이다.
Q. 이는 비단 한국만의 특징은 아닐 것 같다.
=(그린버그 교수) 그렇다. 선진국가들, 산업화 사회의 공통적 문제다. 고령화가 되면서 심부전에 대한 부담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미국에서도 심부전은 흔한 질환이고 고령화와 함께 유병율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심부전으로 인한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며 정부와 지불자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
Q. 그럼에도 질환에 대한 국내 환자의 인지도, 위험성에 관한 인식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강석민 회장) 지난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심부전 관련 조사를 진행했는데 4년 전 조사보다 심부전 증상에 대한 인지도가 더 떨어졌다. 코로나를 포함한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학회 차원에서 심부전 바로알기 캠페인을 지속하며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책적 측면 등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일례로 전문진료질병군에서 심부전이 제외되어 있다보니 환자들이 이를 중증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병원 내 지원과 관심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심부전을 중증질환으로 분류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Q. 중증도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보다 자세한 말씀 부탁드린다.
=(강석민 회장) 심부전 질환 자체가 다양한 동반질환이 있고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각 질환을 3개의 코드로 나눈다. 전문진료질환군을 A, 일반진료질환군을 B, 단순진료질환군을 C로 구분한다. 이 중 전문진료질환군A만 상급종합병원에서 봐야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B나 C군의 질환을 진료하면 병원 평가에 반영되고, 예산 지원도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 심부전과 관련한 허혈성 심근병증, 확장성 심근병증, 비대성 심근병증은 모두 카데고리 B로 분류된다. 환자가 진료를 보러 왔을 때 진료코드 분류상 시술이나 수술을 하지 않으면 카데고리 B다. 관상동맥 CT가 정상인 경우 약물치료 하기 전에 증상 호전이 없으면 심장재동기화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래도 카테고리 B다. 시술을 받지 않고 있는 동안 질환은 계속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런 점은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재입원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심부전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입원 기간이 평균 8일로 긴 편이다. 동반질환도 많기 때문에 많은 의료진이 투입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데 이런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병원에서는 중증환자로 보고 이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만 국가의 평가에 따르면 결국 중증도가 낮은 질환을 보는 셈이다.
Q. 미국의 사정은 어떤가.
=(그린버그 교수) 미국의 상황은 꽤 다르다. 한국 상황이 좀 놀랍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심부전 환자가 내원해서 진료를 받거나 입원하면 환자의 중증도와 상관없이 심부전 환자 모두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된다.
중증도 분류 체계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심부전의 중증도를 A, B, C, D로 구분하고 있다. A는 심부전 위험인자 갖고 있지만 아직 심장손상 없는 경우, B는 심장손상 있지만 심부전 증후는 없는 경우, C는 심부전이 발생한 경우, D는 말기 심부전 환자의 경우다.
대다수의 심부전 환자는 C카테고리에 속한다. 이 환자들이 C에서 D로 전환되는 경계를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환자별로 어떤 점을 고려해서 치료할지 결정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게 중요하다. 불필요한 조치를 너무 조기에 할 필요도 없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할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된다. 때문에 중증도 분류가 중요한 것이다.
Q. 심부전 치료환경은 어떤가. 약제 가이드라인 등에 변화가 있었는데.
=(강석민 회장) ARNi계열 약물, 즉 엔트레스토가 ACEi와 함께 1차로 권고되고 있다. ARB 계열은 권고 수준이 내려갔다. 엔트레스토는 재미있는 약제다. 실제로 심박출률 저하 심부전(HFrEF) 환자에서 심장 기능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고 여러가지 임상적 결과들이 좋아진다. 엔트레스토가 임상에서 신뢰성 높은 결과를 보여줬고, 이것이 가이드라인 변화로 이어졌다.
=(그린버그 교수) 심박출률 저하 심부전(HFrEF) 환자에게서 아주 다양한 계열의 약물들이 나와있고, 이 모든 약물들을 동원해서 환자 치료를 할 수 있다. ACEi 보다는ARNi가 선호가 되고 있다. ACEi와 엔트레스토를 직접 비교한 임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성있게 더 좋은 결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엔트레스토를 사용했을 때 ACEi를 사용했을 때 보다 생존률과 입원율이 감소하는 것 외에도 환자들이 체감하는 증상 개선 효과가 훨씬 더 크다. 심부전 환자에게서 삶의 질 개선효과가 간과되기가 쉬운데, 이런 부분에서도 엔트레스토가 더 좋은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Q. 마지막으로 국내 심부전 치료환경 개선 점에 대해 한 말씀.
=(그린버그 교수) 대한심부전학회가 한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정부가 한정적 자원 등을 이유로 필요한 급여나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그런 부분들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 이후에 더 큰 비용이 장기적으로 지출될 것이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강석민 회장) 심부전 유병율이 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질환의 특성상 계속 나빠지기 때문에 암을 치료하 듯 심부전에 접근해야 한다. 미국이 병기를 A, B, C, D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도 그런 의미다. C에서 D로 넘어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잘 취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 정부가 재정 부담이 있고 비용대비 효과를 중요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환자의 사망률을 줄여주는 획기적인 약제의 급여를 포함해 심부전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