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연가 투쟁 '합심'한 보건의료인 "간호사 대화했으면"

동행취재 연가 투쟁 '합심'한 보건의료인 "간호사 대화했으면"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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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보건의료인 "간호사만 위한 법 이해할 수 없어...우리도 같은 동료"
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 "간호사, 보건복지의료 업무 침범 멈춰야"
의료 진단 없이 간호사 주도하는 '간호돌봄(부모돌봄)' 질 보장 못해

ⓒ의협신문
서울 강북구 소재 A의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 등 20여명이 5월 11일 2차 연가투쟁 및 집회 참여에 참여하기 위해 가운을 내려놓은 채 병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보건복지의료연대 2차 연가 투쟁이 열린 5월 11일. 서울 강북구 소재 A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들과 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 등 20여명이 단축진료에 참여, 국회 앞 집회 현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의협신문] 기자도 버스에 동승, 2차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의사들과 보건복지의료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날 연가투쟁에 참여한 의사들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진료를 단축하고 연가 투쟁에 나서야 하는 발걸음이 무겁다"면서 "집회에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인들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현안을 풀어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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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간호조무사 B씨, 임상병리사 D씨.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먼저 이날 4시까지 단축진료를 하는 A의원을 찾아가 현장에서 일하는 9명의 간호조무사, 6명의 임상병리사들이 연가 투쟁 및 간호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처음에는 간호법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고 털어놓은 간호조무사 B씨는 "보건의료단체가 적극 반대하는 모습을 보며 간호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간호법이 결코 간호계 의료환경 개선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해 이번 연가투쟁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B씨는 "진료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도 있는데 간호사만 위하는 간호법 제정은 이해되지 않는다.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진료보조 역할을 하며, 동네 병의원에서 일차의료의 한 축을 분담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이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차별받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 차원에서 계속 간호협회에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간호조무사들이 환자에게 더 질 높은 진료보조 업무를 제공하기 위해 더 배우고 싶어도 법으로 규정한 학력 제한 때문에 아예 길이 막혀있다"고 토로했다.

C 간호조무사도 "코로나19 때 원내에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어떻게 간호사만 고생했다고 할 수가 있냐"며 "밤 9시를 넘긴 퇴근이 일상이었고, 특히 간호조무사는 진료현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의 불만과 나라의 요청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진료보조는 물론 행정과 백신관리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고 호소했다.

또 "각자의 직역이 있는 이들은 그만큼 해당 업무에 전문화·세분화가 돼 있다. 하지만 간호법에서 '진료의 보조', '지역사회'라는 광범위하고 모호한 문구로 동료 보건복지의료 직종의 업무까지 침범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해 나갔으면 한다"고 짚었다.

ⓒ의협신문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보건의료 잠시멈춤'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2차 연가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단축진료에 나선 A의원의 모습.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임상병리사 D씨는 "코로나19 때 임상병리사들은 뒤에서 누구보다도 노력했다. 정말 고생이 많았고, 간호사보다 더 힘들면 힘들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며 "특히 코로나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했을 때 PCR 검사를 수행하며 신속히 검사 결과를 내느라, 주위 동료들은 48시간 동안 쉬지도 못하고 집에 가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근무했다"고 전했다.

D씨는 "간호사들이 채혈, 심전도 검사, 소변 검사, 뇌파 검사, 초음파 검사 등 임상병리사의 업무를 침범한다는 것에 박탈감을 느꼈다"면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방사선사 E씨도 "다른 직역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간호법의 문제점이 반드시 해결됐으면 한다"면서 "방사선사협회도 단체 행동을 통해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진료를 마친 F원장은 "간호법에 반대하는 것은 간호사 처우 개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 팀으로 협력해야 하는 의료체계를 와해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임상병리사는 검사 분야, 방사선사는 영상검사 분야, 간호조무사는 진료보조 업무 등 각각 직역에 부여된 업무를 하고 있고, 간호사만 더 특별한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간호법을 따로 제정하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F원장은 "생명이 걸린 일에 의학에 근거한 방역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배우지 않았느냐"면서 "영양공급관(코위삽관) 하나만 잘못해도 사람은 폐렴이 생기거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노인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지 않고, 어떤 의료 지원과 돌봄이 필요한지 모른 채 간호사가 주도하는 간호돌봄(부모돌봄) 형태가 돌봄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지,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인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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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마감한 F원장이 의사 가운과 청진기를 내려놓고 연가투쟁 집회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F원장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료인도 사람이다. 법을 지키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의료와 관계없는 일로 자격을 박탈해 한 사람의 직업과 살아가는 길을 다 막아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면서 "중범죄나 성범죄 등은 의료 행위의 도덕성과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지만, 단순과실이나 교통사고 등이 어떻게 의료 면허와 연관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 해이한 의사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런 법을 발의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의사의 비중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의료인과 국민들이 당장은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교통사고 등으로 면허를 취소당해 개원의가 갑자기 병원 문을 닫아야 하고, 대학병원의 교수들이 갑자기 진료를 못 하게 돼 잡혀 있는 수술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짚은 F원장은 "사회적 비용 낭비도 심하다. 한 명의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 오랜 기간과 비용을 들였는데, 사고로 인해 진료를 볼 수 없게 된다면 해당 의사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불행"이라며 "이런 법으로 무얼 얻을 수 있느냐. 도대체 누굴 위한 법이냐"고 개탄했다.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강북구 의료기관 보건의료인들이 집회 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보건의료 잠시멈춤'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2차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강북구 의료기관 보건의료인들이 집회 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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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투쟁 참여 보건의료인들이 버스에 승하차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단체 버스 탑승 장소에는 인근 의료기관의 의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이 속속 모여들었다. 

2차 연가 투쟁에 참여한 계기를 묻자 "미약한 힘이라도 현실의 불합리함을 바꿀 수 있다면,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의지를 표명한 G원장은 "두 차례 연가투쟁을 통해 많은 국민이 간호법·면허취소법의 문제점을 알았으면 한다. 오늘의 투쟁이 마지막 집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H원장도 "연가투쟁을 통해 간호법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의협에 힘을 실어주어서 현재의 난관을 헤쳐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간호법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국민에게 우리의 호소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인 50명을 실은 버스는 여의도 국회 앞 2차 연가 투쟁 장소로 향했다. 연가 투쟁 참여자들은 '강북구의사회', '강북구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깃발 아래 차례로 착석해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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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여의도 국회 앞 집회 현장에 도착한 보건의료인들은 '강북구의사회', '강북구 13개 협회 보건복지의료연대' 깃발 아래 모여 피켓을 들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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