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의협 의무 부회장 "전세계 어디에도 의료와 돌봄 분리하지 않아"
시도의사회장 20여명 격려 방문…의협 "17일 총파업까지 단식 투쟁 지속"
"한 부품이라도 빠지면 날 수 없는 비행기처럼, 의료도 모든 직역이 잘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다면 추락하고 말 것"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저지하기 위한 단식 투쟁의 포문을 연 지 17일째, 의협 임원들은 의료계의 의지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몸을 희생해서라도 우리의 분노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밝힌 박진규 의협 부회장은 "이필수 회장이 이미 8일간 단식을 했고, 릴레이 단식을 통해 그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5월 13일 오전 8시 30분부터 의협회관 천막농성장에 들었다.
박진규 부회장은 "의료는 비행기의 엔진과도 같다"며 "모든 부품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전혀 작동이 안 돼 추락 사고로 이어지고, 모든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고 운을 뗐다.
특히 "의과대학 졸업부터 인턴·군의관·레지던트를 거쳐 14년간 교육을 받아도, 간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임상병리사 등 다른 직역 없이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물며 간호사가 단일 직군이 다른 직역들과 반목하며 돌봄을 주도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제한적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돌봄과 의료를 분리하는 일은 없으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은 돌봄 체계가 의료기관 소속으로 기능하며, 함께 협력해 성공적인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 의료가 돌봄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정치권에서 인식하고 바로잡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면허'와 변호사 및 회계사의 '자격'을 같은 선상에 두려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 헌법재판소는 "법률사무 전반에 영향이 미치는 변호사와는 달리, 의사·약사·관제사 등은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한정돼 있기에 법령에 따른 부담하는 의무 또한 직무 영역 관련 범위로 제한돼 있다"며 의료인에게 법률의 전문가인 변호사처럼 법률 전반에 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018헌마267)
또 박진규 부회장은 "금고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까지 포괄해, 단순 과실로도 의료인의 면허를 10년씩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은 국민과 국가로서도 손해"라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 한 사람을 키워내는 데 드는 시간과 국가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외국인의 의대 입학·수련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고 짚은 박 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필수의료 기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난리인데, 애써 키워낸 고급 인력이 어떤 일도 할 수 없도록 면허를 박탈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토로했다.
오후 7시 50분부터는 김태진 부산광역시의사회장이 철야 단식에 동참했다.
특히 이날엔 각 시도의사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인사들로부터 뜨거운 성원이 쏟아졌다.
변성윤 평택시의사회장, 박철원 인천광역시의사회 부회장,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장, 정홍수 대구광역시의사회장, 이창규 울산광역시의사회장, 박홍서 충청북도의사회장, 박용현 전라북도의사회 총무이사, 어성훈 충청북도의사회 총무이사,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박유환 광주광역시의사회장이 의협회관 앞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투쟁을 격려했다.
또 이윤수 의협 부회장,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홍균 평택시의사회 부회장, 임현수 부산시의사회 공보이사, 박이욱 강원도의사회 정보통신이사, 남기남 대전광역시의사회 중앙대의원, 채한수 경상북도의사회 총무이사, 심삼도 대구광역시의사회 총무이사 등 의료계 인사들의 격려가 줄을 이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5월 17일 총파업을 앞두고 14일에는 이광래 인천시의사회장이, 15일에는 서정성 총무이사가, 16일에는 최운창 전남의사회장이 단식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