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법, 정무위 1소위 의결

실손보험 청구법, 정무위 1소위 의결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05.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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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시 투트랙 마련…'보험개발원' 또는 '의료기관 직접 전송'
의원급 의료기관 2년 유예기간 부여…"새로운 시스템 구축 준비기간 필요"
대개협 "보험개발원 중계기관 지정 땐 진료정보 보험회사로 넘어가" 비판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첫 문턱을 넘었다. 그동안 격론이 벌어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에 대해서는 '보험개발원'으로 지정하되, 의료기관에서 직접 보험회사로 전송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5월 16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개최하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6건의 보험업법을 포함해 총 71건의 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다.

앞서 정무위 법안1소위는 지난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을 다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진행함에 있어 중계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개발원 중 어디로 지정할지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며 계류됐다.

이날 통과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투트랙 방안이 담겼다. 중계기관을 활용하는 방안과 의료기관에서 직접 보험회사에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는 방안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회의 직후 [의협신문]과 만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의료기관에서 중계기관을 활용하는 방안과 중계기관을 활용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에 서류를 보내는 방안이 마련됐다"며 "중계기관을 활용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 중계기관으로 정했지만, 정무위 내에서는 '보험개발원'을 전문 중계기관으로 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환자가 요청한 경우 의료기관이 해당 환자의 진료비 내역 등을 전자적 방식을 통해 중계기관에 전송할 수 있게 하고, 의료기관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중계기관이 다시 이를 각 보험사에 주도록 하자는 게 그 핵심 내용이다. 

이를 통해 민간보험사는 환자의 보험금 청구 편의가 크게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환자가 병의원에서 일일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떼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보험금 청구 불편이 줄어드는 만큼 환자들이 '안 찾아가는 보험료' 이른바 낙전이 크게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2020년 12월과 2021년 9월, 2023년 4월 등 총 3차례의 심사를 통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비밀 누설 금지 및 목적 외 사용·보관 금지 등의 사항에 합의를 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과 관련해서는 서류 요청 주체는 보험 계약자, 피보험자, 보험금을 취득할 자 또는 그 대리인으로 정하고, 서류 전송방식으로는 전자적 방식으로 요양기관에서 보험회사로 전송하는 것으로 했다. 

요청 대상 서류와 관련해서는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로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서류로 명시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서류 전송 요청에 따르도록 했다. 

전산시스템 구축은 보험회사가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비용 역시 보험회사에서 부담하도록 했다. 또 서류 전송 관련 업무 협의를 위해 보험회사·요양기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업무 종사자에 대해 업무 수행과정에서 얻은 정보·자료에 대한 비밀 누설 금지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얻는 정보·자료를 업무 외의 용도로 사용·보관하지 않도록 하되, 그 대상을 전산시스템의 운영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했다.

이날 정무위 법안1소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다수의 의원급 의료기관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 준비기간이 필요함을 고려해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한편,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의약단체는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 관련 사항은 가입이 강제되는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산업재해보상보험·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책임보험 등과 같은 공적(公的) 제도가 아닌 민간보험사의 사적(私的) 계약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3자인 요양기관에게 그 본연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민간보험계약 관련 사항에 관하여 법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의약단체는 ▲민간보험사와 피보험자간 사적 계약을 위해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 등을 전자문서로 전송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부당한 규제 ▲요양기관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행정부담 문제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환자 진료정보 유출 및 정보 집적 문제 ▲보험회사가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추후 해당 환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골라서 가입시키는 역선택 문제 등을 들어 보험업법에 반대해 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이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하고, 의료계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적정 의료를 제한해 진료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김승진 대개협 실손보험대책TF 위원장(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은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면 모든 환자 진료정보가 보험회사로 넘어가는 구조"라고 짚으며 "보험개발원은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고 하지만 보험사의 이익에 휘둘릴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국민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하기 위한 보험금 심사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회는 환자의 보험금 지급에 막대한 지장을 주어 국민을 불행하게 하고 재벌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도 있는 법안에 대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법안 폐기가 우선이지만 만약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한다면, 의료기관에서 청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정보 서식을 만들어 환자가 신청하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직접 해당 보험사에 전송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면서 "의료기관에서 대신하는 행정 비용을 환자와 민간보험사가 부담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등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민간보험 계약관계에서 제3자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에게 서류의 전자적 전송 요청을 따라야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의무 이행 및 수용성 제고를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험업법 개정안은)보험사들이 전 국민 80%의 모든 진료자료를 실시간으로 보유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손보험회사에 내 모든 의료정보를 넘기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라고 반문했다. 

운동본부는 "법이 통과되면 소액청구 뿐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진료를 포함한 개인의 모든 진료정보가 전자형태로 보험사에 자동전송된다"면서 "보험사들은 이런 정보로 가입 거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환자에게 불리한 상품개발 등에 이용할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금도 갖가지 이유로 암환자 등에 대한 보험료 지급을 거절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삶을 짓밟고 있는데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해 무엇을 할지는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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