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D 발표...L858R 치환 돌연변이도 PFS 등 효과 '비슷'
후발주자 사용 시 제한점 인정…"국내 임상 비율 높아"
유한양행 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RWD)가 처음으로 공개(관련기사:렉라자, 리얼월드 데이터 공개 "처방 근거 쌓이고 있다")된 가운데, 연구자들이 '용량 줄이기'에서의 강점을 강조했다.
렉라자가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선택에 제한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한 점, 그리고 리얼월드 데이터가 유전자변이에 상관없이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폐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나라에서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폐암 사망률은 2021년 인구 10만명당 36.8명으로 집계됐다. 2014∼2018년 5년 생존률 역시 32.4%로 좋지 않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렉라자는 폐암 중에서도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돌연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 폐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교수(종양내과)와 안병철 국립암센터 교수(종양내과)는 22일 제약바이오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렉라자의 경우, 타그리소와 비교해 용량 감량에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짚었다.
렉라자는 80mg 한 가지 용량의 알약 형태가 있는데, 표준 요법이 240mg으로 3알을 섭취하게 된다. 타그리소의 경우 80mg과 40mg 두 가지 용량의 알약 형태가 있다. 표준 요법은 80mg이다.
이에 렉라자는 240mg 사용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면 다음 단계로 80mg 2알. 즉 표준용량의 3분의 2인 160mg을 복용할 수 있다. 반면 타그리소의 경우 80mg 다음 선택할 수 있는 용량이 40mg으로, 절반을 줄여야 한다.
임선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는 심각하게 부작용이 생겼을 때, 가장 난감하다. 용량을 조절하지 못해 심장 독성이 생기면 더이상 약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라며 "용량 감량이 용이하다는 것은 약제를 수월하게 다룰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환자에서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RWD에서 용량 감량을 시행했던 환자에서 비슷한 반응률과 PFS(무진행 생존기간)를 보였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용량을 감량했지만 효과는 거의 유사했고, 용량이 준 만큼 부작용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표준 용량을 조절해야할 필요는 없을까?
임선민 교수는 "현재 허가된 용량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용량을 허가받기는 어렵다"면서 "160mg과 240mg에 대한 비교 임상은 진행 중이다. 데이터가 나오면 자세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병철 교수는 "두개강내 전이의 경우 등에서는 용량을 높여야 한다. 용량을 줄였음에도 효과가 유지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며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환자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일정 효과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정도의 해석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Exon19 결손 돌연변이(Exon19del)와 L858R 치환 돌연변이(L858R)에서 모두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도 초점을 뒀다.
EGFR 돌연변이는 세부 분류할 수 있는데, 국내 환자 대부분은 Exon19 결손 돌연변이(Exon19del)와 L858R 치환 돌연변이(L858R) 둘 중 하나에 속한다.
이번 RWD에서 Exon19 결손 돌연변이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13.6개월, L858R 치환 돌연변이 mPFS가 16.7개월로 집계됐다.
임선민 교수는 "다른 치료제 임상에서, L858R 치환 돌연변이의 효과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데이터에서는 L858R 치환 돌연변이가 숫자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비교 분석·평가는 다른 치료제와의 head-to-head 임상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렉라자는 엄연한 '후발주자'. 이에 이미 오랜 기간 검증된 기존 약보다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안병철 교수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면서 "렉라자가 후발주자 약이기 때문에 사용할 때, 제한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렉라자는 국산 신약이다. 우리나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더 진행한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환자 비율이 높은 데다가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도 나쁘지 않다. 유전자 변이에 상관없이 잘 듣는다는 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RWD를 통해 렉라자의 EGFR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2차 치료에서 일관된 효과와 안전성을 재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의 값은 13.9개월. 렉라자의 허가 임상이었던 LASER201 임상의 mPFS인 11.1개월과 비교해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객관적 반응률(ORR) 역시 62.1%로 LASER201 임상의 55.3%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안전성 프로파일에서도 이전 임상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이번 RWD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연세암병원과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했다.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T790M 양성 판정이 나온 차수가 2, 3, 4차 등으로 다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