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vs '심근경색' 엇갈린 사인...대법원 "원심 파기환송"

'질식' vs '심근경색' 엇갈린 사인...대법원 "원심 파기환송"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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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서 입원치료 받던 중 밥을 먹다가 갑자기 의식 잃고 사망
대법원 "의료감정 엇갈렸다면 구체적 심리 통해 신빙성 따져야"
원심 "음식물 섭취 질식…사망에 영향 미쳐" 원고 일부승소

ⓒ의협신문
대법원 전경. ⓒ의협신문

환자의 사망 원인을 두고 의료감정이 엇갈렸다면 원심법원이 감정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심이 각 의료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해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을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한 것.

대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망인은 2017년 12월 5일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다른 병원에서 입원과 외래진료를 받다가 2019년 3월 20일부터는 E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같은 해 4월 25일 오전 7시 46분경 누룽지와 당뇨 밥을 30% 가량 먹다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의식을 잃었고, 몸에서는 전신청색증이 관찰됐다.

E요양병원 의료진은 즉시 망인에 대해 하임리히법(Haimlich maneuver)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기도유지기를 사용해 구강 석션도 시행했으며(구강 석션 시 소량의 밥알이 나오기도 했음), 119 구급대가 오전 8시 20분경 간호사와 함께 망인을 차량에 태우고 E요양병원을 출발해 응급처치를 계속하면서 오전 8시 28분경 F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그러나 망인은 F병원에서 오후 15시 18분경 사망했다.(이 사건 사망사고)

망인의 유족들은 B보험사와의 보험계약 체결에 따라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으나, B보험사는 약관에서 정한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계약 약관에는 상해를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로 정하면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에 지급하도록 정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질식'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 사고로 사망했다며 B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사망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일반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원심 재판부는 "망인이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질식'을 일으켰고, 이것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망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망인은 오로지 '급성심근경색증'이라는 내부적 요인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 어렵고, '질식'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공동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에 대해 B보험사는 망인은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것이지 '질식'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할 이유가 없고, 각 기관의 감정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사망의 원인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서로 상반되는 의료감정(진료기록감정촉탁)에 주목했다.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해 상반되는 여러 개의 감정결과가 있는 경우 각 감정결과의 감정 방법이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결과가 다른 감정결과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감정결과를 배척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해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법원이 그 감정결과를 증거로 채용해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각 감정기관에 대해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해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봤다.

의료감정은 두 곳의 병원(G병원, H병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까지 포함해 3곳에서 이뤄졌다.

G병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망인의 사인이 질식이었을 가능성과 급성심근경색이었을 가능성을 모두 제시'했고, H병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망인의 사인이 질식이 아닌 급성심근경색증이다'라는 명확한 의견을 제시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 결과도 '망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료된다'고 밝히고, 부검의견에는 구강이나 경부 장기, 기도 등에서 질식으로 사망했을 특징이 있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신청서의 감정 목적물 중 부검감정서가 포함돼 있고, 감정사항 중에도 부검기록을 검토할 것이 기재돼 있음에도 그 신청서의 첨부서류 중 부검감정서가 누락돼 있어 부검감정서의 상세 내용에 대한 확인 및 검토가 이뤄졌는지조차 알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으로서는 망인이 질식이라는 외래의 사고에 따라 상해가 발생했고, 이러한 상해가 망인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관한 증멱책임이 원고에게 있음을 감안해, 망인에게 질식이 발생했고, 이로써 사망했다는 사정을 쉽게 추정함으로써 원고의 보험금청구원을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G병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를 근거로 삼았는데, G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과정에서 일부 절차상 미비점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심이 그 견해를 채택하려면,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사망하는 과정에서 질식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부검을 진행한 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해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런 사정을 면밀히 살혀보거나 심리하지 않은 채 망인에게 질식이 발생했고, 질식이 망인의 사망에 원인이 됐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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