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포르민 베이스+'DPP4I↔SGLT-2I' 자리 바꿀 것
2제 병용 급여 제한으로, 메트포르민 버려? "거의 없을 것"
'드디어, 마침내'
지난 4월. 논의 시작 약 6년 여 만에 당뇨약 병용요법 급여 적용이 확대, 의료계의 '핫이슈'가 됐다. 확대된 부분은 SGLT-2 억제제(이하 SGLT-2I) 병용 요법 등 총 7가지.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의사의 처방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는 '환영' 목소리가 컸다.
이후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 의료계에서는 향후 처방 경향을 둘러싼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당뇨병 치료제의 '베이스'로 꼽히는 메트포르민과 함께 처방될 2번째 약에 대한 전망이 나왔다. 현재는 시기상 먼저 나온 DPP4 억제제(이하 DPP4I)의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조만간 SGLT-2I가 2nd 자리를 바꿀 거란 분석이다.
SGLT-2I는 신장에서의 당 흡수를 억제,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기전이다. 이에 혈당을 낮추는 것은 물론, 당이 빠져나가는 만큼 체중까지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신장·심장 질환 관련 효과 데이터가 쌓이면서 "DPP4I보다 먼저 안 쓸 이유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SGLT2I에 힘을 싣는 내용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당뇨병학회는 지난 5월 12일 2023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한 '당뇨 진료지침'에서 "심부전을 동반한 경우 심부전 이익이 입증된 SGLT-2I를 '당화혈색소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신장 질환에 대해서도 "알부민뇨가 있거나 추정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한 경우 신장 이익이 입증된 SGLT-2I를 '당화혈색소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내분비내과)는 "최근 SGLT-2I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두번째 약으로 DPP4I를 쓸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많다. 체중 감소, 신장, 심혈관까지 보호한다는 데 안 쓸 이유가 없다"며 "심지어 신장·심혈관 위험이 없다 하더라도 SGLT-2I를 쓰는 경우가 당연히 더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DPP4I의 경우, 혈당을 낮추면서도 환자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이부분은 강점이 되기도 하는데 SGLT-2I 처방 이후 살이 빠지거나 혈압이 너무 떨어진다면서 걱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변수가 많지만 대부분은 SGLT-2I 선호도가 늘거라도 본다"고 덧붙였다.
약을 잘 바꾸지 않는 성향의 의사라 할지라도 새롭게 진단되는 환자의 경우, 점차 SGLT-2I를 먼저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개원가 역시 반응은 같았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은 "당뇨 환자 중에는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SGLT-2I에 대한 처방이 대세"라며 "나부터도 간혹 SGLT-2I에서 질 가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DPP4I보다는 SGLT-2I를 이미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가 집계한 2021년 상반기~2022년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DPP-4 억제제 계열 주요 약물들의 처방조제액 감소세가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MSD의 자누비아 처방조제액이 11.7% 감소했고, 자누메트는 12.4% 감소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는 4.5%, 노바티스의 가브스는 36.40%나 감소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라이자(9.81% 감소), 콤비글라이자(5.40% 감소)도 각각 하락세를 보였다.
SGLT-2I 계열은 단일제와 메트포르민을 추가한 복합제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 국내 SGLT-2I 원외 처방액은 총 1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1501억원 대비 14.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의 원외처방액은 14.0%가 증가했고, 복합제인 직듀오도 16.0%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10.5%)과 자디앙 듀오(26.2%) 역시 큰폭으로 증가했다.
병원·개원가의 목소리로 추론해 본다면, DPP4I 계열 약제들의 지속적인 부진, SGLT-2의 성장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DPP4+SGLT-2' 2제 병용 급여 안돼 메트포르민 버린다? "거의 없을 것"
병용 급여가 확대됐지만 메트포르민을 제외한 2제요법의 경우, '자누비아+포시가'와 '시타글립틴+스테글라트로'에 대해서만 급여가 적용된다.
반면 메트포르민을 추가할 경우, 즉 3제 병용 요법의 경우엔 대부분의 조합에 급여를 적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메트포민+DPP4I+SGLT-2I' 3제를 처방, 급여 적용을 받은 뒤 환자에게 메트포르민을 제외하고 복용하라는 '꼼수'가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과연 그럴까?
박근태 내과의사회장은 "워낙 다양한 사례가 있으니 있을 순 있는 얘기"라면서도 "약을 버리면서까지 무리한 처방을 하는 의사는 거의 없을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중 교수 역시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본다"며 "케이스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3개 병용에 대한 급여가 확대된 만큼 약을 버리느니 3개의 약을 복용하도록 할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메트포르민에 비해 고가인 두 약을 처음부터 고려하는 케이스가 늘거라는 걱정에 일종의 허들을 마련한 것 같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일정한 허들을 둔 것도 이해가 간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