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171인, 반대 0인, 기권 7인…5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
이필수 의협회장 "안전한 진료환경 만들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의 피해 보상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한 법안이 국회 입법 과정 중 최종 관문인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국회는 5월 25일 오후 3시 본회의를 진행하고 보건복지위원회 등 각 상임위원회 소관 법안인 94건의 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중에는 의료계 숙원 법안이라고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재석 178인 중 찬성 171인, 반대 0인, 기권 7인으로 최종 의결됐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 보상사업의 소요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한 재원 분담 근거를 삭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2020년 7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충남 천안시병)과 2022년 5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비례대표)이 대표발의, 2022년 12월 7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와 2022년 12월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 통합대안을 반영해 의결했다. 2023년 5월 24일 법제사법위원회 2소위를 거쳐 5월 25일 오전 법사위를 잇따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됐다.
예산이 수반된 법안으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했던 해당 개정안은 기재부의 반대로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필수의료 분야인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환경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국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의료계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을 접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회원 여러분의 지지와 협력 덕분에 제41대 의협 집행부는 포기하지 않고, 국회와 정부 관계부처를 설득해 나갈 수 있었다"면서 "본회의 통과를 위해 노력해 준 국회와 정부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법안 통과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14만 회원 및 전체 의료기관의 권익과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의 피해 보상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의료분쟁조정법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집행부를 믿고 지지해 준 14만 회원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필수의료의 회생을 위해 우리 협회는 국가가 재정 지원을 비롯한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과 필수의료인을 사회가 보듬고 양성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장치가 절실하다는 점을 지속해서 호소했다"면서 "여러 다양한 현안을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와중에도 새롭게 용기를 내어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와 정부를 만나 대화하고, 설득했다. 의료계와 환자를 지키고자 하는 진심임을 꾸준히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줄곧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사고에서 정부가 100%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해 온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동안 애쓴 노력에 대한 보람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다"고 밝힌 김동석 회장은 "이번 법안 통과가 향후 산부인과 후배 의사들을 양산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 의사의 고의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서 처벌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소신 진료를 하고 후배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게 되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 통과를 바탕으로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산모와 신생아 사망 시 보상 금액을 현실화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국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당장 산모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국가적 배려가 적다"며 "산모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보상 금액을 인상하는 등 국가가 충분히 지원하고 배려해주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금액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지금보다는 3∼4배는 인상해야한다"며 "산모 사망 시 1∼2억, 신생아의 경우 4000∼500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필수의료 붕괴 위기에 국회와 정부가 응답한 첫 번째 성과"라며 "산부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중환자, 응급의료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을 국가가 보호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위해 진료에만 집중하는 환경을 마련해야한다는 간절한 외침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고연령·고위험 산모가 증가하면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산부인과에서 분만 포기현상과 전공의 기피 현상은 저출생 대한민국의 위기임을 지적한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 지키기 위한 물꼬들을 하나하나 제도로 풀어가는 것이 국회에 온 이유라 생각한다"며 "필수의료 살리기, 국민건강을 위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