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내를 껴안고 잔다
잘 다려진 교복처럼
빛바랜 아내 사진을 가슴에 품고 산다
중증 인지장애인 그는
손수건과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닌다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대답 대신 아내 사진만 슬그머니 내민다
적막한 외이도에 거친 풍랑이 일렁거려도
청각장애 2급인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고요하다
돌봄서비스에게도
요양보호사한테도
온종일 아내의 행방을 묻고 또 묻는다
부정망상인 그에게
하루가 지나면 망상의 지갑은 다시 채워진다
귀가 어두운 대신 촉은 밝아
아직 아내의 동선을 놓친 적은 없다
알쏭달쏭
맑은 표정으로 그가 외친다
난 괜찮아
곳에 따라 비 내려도
종일 흐린날 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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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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