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역정원제와 자치의대 '명암'

일본, 지역정원제와 자치의대 '명암'

  •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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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원제, 각 의대별 선발…희망 진로 불일치·자부심도 낮아 
자치의대, 졸업 후에도 지속 지원…출신지역 공무원 신분 근무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우리나라보다 앞서 10년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은 지역에 따라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하고, 특히 내과·소아과·산부인과·외과 등 필수의료 전문의 배출이 줄어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십수년 전부터 이를 해결하고자 독특한 의사양성제도를 시행했다. 최근 한 지방대학에서 일본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의사양성제도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일본은 지방의사 편재(偏在) 현상과 필수진료과 전문의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의과대학 입시전형의 하나로 '지역정원제'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173명(일본 의과대학생 정원 7,525명의 2.3%)으로 시작했으며, 점차 규모를 늘려 2020년 1,679명(일본 의대생 정원 9,207명의 18.2%)에 달한다.

'지역정원제'로 의사가 되면 졸업 후 해당 도도부현에서 9년 이상 종사해야 하며, 도도부현 주최 직무향상교육(career up) 프로그램 참여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지역정원제 의사는 9년 종사 기간 중 도도부현이 의료계획을 통해 정한 의사 소수 구역 및 지점에서 4년 가량 취업해야 한다. 이런 조치는 해당 의사의 경력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

츠츠이 토미(마취과 전문의)는 2023년 1월 [PRESIDENT Online] 기고를 통해 지역정원제는 입학 성적이 일반 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입학이 약간 쉬운 편이며, 조건부 장학금이 있어 학비 부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점으로 규정 연수(6∼11년) 기간 동안 지정지역(지정 전공과)에서 근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정원제 의사는 자신이 졸업한 대학이 속해 있는 현(縣)에서 지정하는 지역에서 일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분야로 관심사가 바뀔 수도 있고, 여성은 결혼과 출산으로 의무근무가 곤란할 수도 있다.

지역정원제 의사는 "미용 외과를 하고 싶다", "도쿄에서 애인과 결혼하고 싶다" 등의 이유로 의무근무를 포기하거나 이탈하기도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미리 20대 중반 이후의 계획을 세워 지키게 강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도 있다.

지역정원제 학생이 중도 이탈 시 장학금 및 위약금 반환의무가 있다. 

아울러 지역정원제 출신이 중도 이탈 시 유명 병원에 취직하기 어렵다. 2018년까지는 의무 지역을 이탈하면 장학금 반환 외에 불이익이 없었다. 그러자 "건강이 좋지 않다", "도쿄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친척 병원을 인수한다", "할아버지를 돌보아야 한다" 등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의무를 이탈하는 사례가 늘었다. 후생노동성은 2019년도부터 이탈한 의사를 고용한 도시병원에 보조금 지급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도시병원은 지역정원제 이탈 의사의 고용을 꺼려하게 됐다.

지역정원제 이탈 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2021년부터 이탈한 지역정원제 의사가, 연수과정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더라도 전문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탈 사유 역시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출산·질병·개호 등 개인적인 사유의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현이 늘고 있다. 공식 이탈은 '사망·휴학' 등 취업이 불가능한 경우이며, '출산·질병·개호' 등은 '의무 기간 정지'를 통해 그 사유가 해결되면 의무지역으로 복귀토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탈 시 서류 한 장에 서명했지만 이바라키현은 2023년 지역정원제 입학생에게 신청인뿐만 아니라 연대 보증인 2명의 서명과 날인을 요구하고 있다.

입학 후 조건을 추가하는 사례도 있다.

현에 따라 '9년 간 근무'를 '의사부족 지역 9년간 근무'로, 전공과 불문에서 '내과·외과·산부인과·종합진료과 한정' 등의 조건을 추가하기도 한다.

지역정원제 의대생과 의사들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탈이 늘어나면서 자퇴에 대한 벌칙이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당사자가 "전문의 취득은 필요 없고, 장학금을 반환하기 위해 도쿄 등 큰 도시로 가고 싶다"라고 희망한다면, 시골병원에 머물게 하면서 진료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쿄로 떠난 이탈자들의 행복한 삶'이 전해지면서 지역병원에서 성실히 진료하고 있는 지역정원제 출신 의사들은 불공평을 느끼고 있다. 이탈 현상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 의료종사자 수급에 관한 검토회는 지역정원제 외에 의대 졸업 후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고 보고했다. 

(자료1) 지역정원제 학생·의사 이탈 상황 ⓒ의협신문
(자료1) 지역정원제 학생·의사 이탈 상황 ⓒ의협신문

입학 후 연수와 함께 이탈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의대 6학년, 졸업 후 1∼3년 차에 많이 이탈하고 있다. 자료1에서 점차 이탈자가 줄어드는 것은 여러가지 불이익과 법적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료2) 지역정원제 등 학생·의사 이탈 이유지역정원제 학생·의사들은 이탈 사유로 '희망하는 진로와 불일치'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자기 사정(이유 불명) ▲유급·퇴학 ▲결혼 등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이탈 시 이런 이유를 용인했으나 현재는 엄격히 이유를 판단해 제안하고 있다. ⓒ의협신문
(자료2) 지역정원제 등 학생·의사 이탈 이유지역정원제 학생·의사들은 이탈 사유로 '희망하는 진로와 불일치'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자기 사정(이유 불명) ▲유급·퇴학 ▲결혼 등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이탈 시 이런 이유를 용인했으나 현재는 엄격히 이유를 판단해 제한하고 있다. ⓒ의협신문

일본은 지역정원제 이탈에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도도부현은 지역정원제 입학 시 계약에 지역범위 이탈 인정 사유(퇴학·사망·기타 유예기간을 설정해도 해당 지역취업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유 등)를 명시할 것, 이탈할 때는 도도부현·대학·본인·보호자 혹은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할 것, 지역범위 이탈이 있을 때는 정기적으로 학생·의사 지원체제를 재검토할 것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요 이탈 사유는 ①가족의 개호 ②컨디션 불량 ③결혼 ④다른 도도부현에서의 취업 희망 ⑤지정된 진료과 이외의 진료과로 변경 ⑥유급 ⑦국가 시험 불합격 ⑧퇴학 ⑨사망 ⑩고시 불합격 후 의사 포기 등이다. 도도부현은 가족의 개호는 복수의 제3자에 의한 사실인정이 필요하고, 부득이 하게 ①∼④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의무연한에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등 종사요건을 변경해 재계약하도록 하고 있다. 

혜택을 받은 지역정원제 출신 학생이나 의사의 흔들리는 마음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현의 행정행위가 안쓰럽다. 

자치(自治) 의과대학 설립 배경 및 현황
자치(自治) 의과대학은 '벽지 등 지역사회 의료의 확보 및 향상을 위해 고도의 의료능력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는 동시에 고도의 의료와 지역 간호에 종사할 수 있는 간호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1972년 설립했다. 

자치(自治) 의과대학은 '의료의 시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의 의료를 확보하고 지역주민의 보건·복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의사윤리에 충실하면서도 고도의 임상적 실력을 갖추고 나아가 지역 의료·복지에 공헌할 기개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동시에 의학 진보를 도모하여 널리 인류 복지에도 공헌하는 것'을 건학정신으로 하고 있다. 

자료3에서 볼 수 있듯이 자치(自治) 의과대학은 도도부현별로 최저 10대 1에서 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자료3) 도도부현별 최근 4년간 자치(自治) 의과대학 경쟁률과 정원 ⓒ의협신문
(자료3) 도도부현별 최근 4년간 자치(自治) 의과대학 경쟁률과 정원 ⓒ의협신문

자치(自治)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출신 도도부현으로 돌아가 최소 9년 간 벽지 등에서 근무하는 의무를 다하면서 전문의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연수를 병행한다. 전문의가 된 이후에는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의료기관에 근무한다. 

(자료4) 자치(自治) 의과대학 졸업생 근무 현황 ⓒ의협신문
(자료4) 자치(自治) 의과대학 졸업생 근무 현황 ⓒ의협신문

다음은 내과 전문의 취득을 전제로 한 사례(자료5)로 붉은 문자는 전문의 취득의 연수로 인정된다. 졸업 후 8년째에 전문의 취득을 위한 응시가 가능하다(최단 6년째).

(자료5) 자치(自治) 의과대학 졸업 후 연차별 근무 ⓒ의협신문
(자료5) 자치(自治) 의과대학 졸업 후 연차별 근무 ⓒ의협신문

자치의대 졸업 후 1∼2년차는 초기연수를, 3년차는 후기연수를, 4년차는 지역진료소(후방의료시설에 지도의가 있음)에 근무하며 특별연계시설에 실제 임상과정을 밟는다. 5년차는 지역진료소 근무를, 6년차는 지역중핵병원 근무를, 7년차는 지도의가 있는 지역중핵병원(경험증례 병력 제출) 근무를 한다. 8년차는 지역중핵병원(경험증례 병력 제출, 전문의 수험과 취득), 9년차는 지역중핵병원(경험증례 병력 제출) 등으로 졸업 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6) 자치(自治) 의과대학 출신 전문의 근무 기관과 지역 분포 ⓒ의협신문
(자료6) 자치(自治) 의과대학 출신 전문의 근무 기관과 지역 분포 ⓒ의협신문

자치의과대학 졸업생은 제1차 시험을 치른 도도부현에서 의사로 근무하며, 출신 도도부현에서 개원할 수 있다. 아울러 대학 병원에서 연구하면서 의사로 근무하거나, 유학을 통해 첨단 의료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자치(自治) 의과대학 특징
전 자치의과대학 학생은 입학금과 수업료가 불필요하다. 자치의과대학과 수학자금 대여 계약을 체결,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반환을 면제받는 '수학자금대여 제도'와 졸업 후 할부로 돈을 반환하는 '장학자금대여 제도'가 있다. 따라서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다.

수학자금 충족은 졸업 후 학교법인이 수학생의 제1차 시험장소에 속해 있는 도도부현 지사의 의견을 들어 지정하는 공립병원 등에 의사로서 근무하는 조건이다. 근무기간이 수학자금을 대여받은 기간의 2분의 3(1.5배)에 상당하는 기간(근무기간 중 2분의 1은 지사가 지정한 벽지 등 지정공립병원 등에 근무)에 달했을 경우 반환을 면제한다.

단,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경우에는, 대여금에 소정의 이율을 곱해서 얻은 금액을 더해 일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장학자금 대여는 생활비의 일부를 대출해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월 50,000엔을 대여하며,  경제 상태나 학업 성적 등에 따라 최고 월 150,000엔까지 무이자로 대여하고 있다. 졸업 후 9년 이내에 할부로 반환하면 된다.

일본 자치의대에는 종합의를 양성하기 위해 임상 중심의 6년 교육 커리큘럼이 있다.

자치의대는 특색있는 커리큘럼과 졸업 후 생활비까지 지속해서 지원하는 제도를 통해 10대 1∼6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제1기 졸업생이 응시한 1978년부터 2022년까지 45년간 의국시에서 전국 1위 21회, 합격률 100% 8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2년 제116회 의사국시 합격률 100%로 2013년부터 10년 연속 전국 1위 성적을 보이고 있다.

자치의대 졸업 후에는 출신 도도부현 공무원(의사)으로 현지에 공헌하고 있다. 전폭적인 대학과 도도부현의의 지원 속에 우수한 학생이 몰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역의료를 위한 의학교육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의대 교육, 전공의 수련교육, 졸업 이후까지 적극 지원하고 투자한 결과다. 그렇지 못한 한국과 비교가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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