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령 전문의 "현실 의사 의료 소송에 자유롭지 못해…드라마 큰 차이"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결에 국내 의료체계 국민 홍보 필요성 강조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와 '닥터 차정숙' 등 의학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완성도 높은 의학 드라마를 위해 제작 현장에서 자문 역할을 하는 의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의협신문]은 오는 6월 17일 종영을 앞둔 '낭만닥터 김사부3'에 전속 자문 역할을 진행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는 박채령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드라마 자문 역할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응급의학과 의사의 역할을 친근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의학 드라마 자문을 했다고 밝힌 박채령 전문의는 "드라마 자문 역할을 하면서 현재 '응급실 과밀화' 문제 등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올바르게 설명하는 내용이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 전달체계의 문제를 짚으며 "의료 자원의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에는 비의료인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교육의 부재와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의 부재를 무시할 수 없다"며 "의료 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현실을 편협하지 않고 중립적이고 정확하게 녹여낸 드라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Q.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에 전속 자문을 어떻게 맡게 됐나?
응급의학과 만큼 경증에서 중증까지 전 영역의 다양한 질환을 감별하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고, 삶과 죽음의 경계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의 생명을 다룰 수 있는 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보이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드라마든 영화든 의학 자문을 늘 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 자문을 의국 선배들이 많이 맡아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다.
Q.드라마에서 주로 어떤 내용을 자문했나?
드라마 전반에 걸친 모든 의학 씬에 대한 자문을 맡았다. 특히 소생, 중독, 재난, 중증 외상 등 응급의학과의 다양한 환자의 임상 증상에 관한 의학 정보를 배우와 스탭에게 제공하고, 적절한 환자 처치나 각종 술기 방법을 직접 가르쳐 주거나 손 대역을 했다.
또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며 의학적인 오류가 없도록 어색한 대사나 상황을 수정·보완했고, 감독과 함께 배우들의 역할, 동선 등을 고민해 드라마를 만들었다.
Q.자문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대본 초고가 나오면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스탭들이 볼 수 있는 가이딩을 만들었다. 가이딩을 바탕으로 매 화 대본이 나올 때 마다 스탭들과 함께 의학 자문 회의를 진행했다. 자문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 현장에서 실제 배우들과 리허설을 하고 동선을 맞추며 의학적인 오류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촬영이 끝나고 해당 회차의 편집본이 나오면 자막으로 들어 갈 의학 용어,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나 혈압계 등의 모니터에 들어가는 수치를 감수하고, 초음파나 X-ray, CT 영상을 제공했다.
Q.자문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지?
낭만 닥터 김사부의 공식 장면 중 하나로 '환자 입니다'라는 대사가 응급실 내 들려오면 의료진들이 응급환자을 향해 각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있다. 해당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응급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콘티를 직접 짜고, 모든 배우의 사소한 동작까지 자문을 하며 공을 들였다. 시즌을 거듭해 오면서 이미 숙련된 많은 배우 분들의 노력과 기가 막힌 케미로 응급실의 진짜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Q.실제 의료 현장과 드라마의 괴리가 가장 컸던 부분은?
낭만닥터 김사부의 주인공인 '김사부' 자체가 판타지다. 시청자들의 환상을 채워주기엔 넘치지만 드라마의 특성상 실제 의료 현실을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낭만닥터 김사부 3화에서 다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 한 스키선수가 나온다. 그 스키선수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의학적으로 혈관부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김사부는 환자의 선수 생명을 위해 신경 수술부터 강행하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내는 히어로의 모습을 보인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사는 한 명의 응급 환자를 두고도 짧은 시간 내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도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최선의 진료를 환자에게 제공해도 의사는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드라마에서는 의사의 사명감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강조했지만, 이러한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부분이 현실과의 괴리를 가장 크게 느꼈다.
Q.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실 중 드라마에 담겼으면 하는 내용은?
최근 의료계와 관련한 수 많은 이슈 중에서도 '응급실 과밀화 문제' 등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올바르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응급실 과밀화는 응급실 내 경증 환자들이 너무 많은 현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병원을 1차·2차·3차로 분류하지만, 의료 자원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아픈 내가 제일 응급 환자니 무조건 큰 병원에서 진료를 봐야 한다'는 환자의 인식도 있지만, 그 이전에 비의료인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 대한 교육의 부재와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의 부재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편협하지 않고 중립적이고 정확하게 녹여낸 드라마를 통해 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