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진료보조인력의 업무 범위와 의사의 역할

법률칼럼 진료보조인력의 업무 범위와 의사의 역할

  •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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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신경외과 전문의인 A원장은 어느 날 근무하는 병원 처치실에서 모 환자의 두피열상을 진단하고는 간호조무사 B씨를 불렀다.

그는 B씨에게 "환자의 두피에 마취주사를 놓고 봉합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B씨는 이에 따라 해당 부위를 마취한 뒤 10여 바늘을 봉합했다. 

이듬해 그는 의료인이 아닌 B씨로 하여금 환자에게 의사의 진료 및 감독 없이 마취주사를 놓고 상처 부위를 봉합하게 한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혐의로 B씨와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별다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 아닌 자로부터 처치를 받고 수상함을 감지한 환자 측이 이들을 고소한 것이다. 

1심에서 A원장은 벌금 200만원을, 간호조무사 B씨는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급해진 원장과 병원은 합의금을 지급해서 환자는 고소를 취하했고, 그 사이 병원 직원들도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다수 제출했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간호조무사 B씨에 대한 선고만 유예되고 A원장에 대해서는 원심의 형량이 유지됐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개정의 정상이 현저할 때 가능하다(형법 제59조 제1항). 단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면 받을 수 없는데, A원장의 경우 수년 전 배임수재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전과가 발목을 잡았다.   

예정된 순서대로 A원장에게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행정처분이 뒤따랐다. 위 형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나서 2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A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병원은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데, 선고유예 판결은 처분 감경 사유로 작용한다. 만약 수년 전의 전과가 없었다면, A원장도 B간호조무사처럼 선고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은 앞서 설명했다. 

A원장은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해서 당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감경사유들과, 이 사건 범죄사실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해당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병원은 '농어촌 등의 의료기관으로서 그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1개소만 있는 경우'에 해당해 관련 법령상 처분 면제가 가능한 경우라고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될 경우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엄정하게 규제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크다"며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농어촌 등의 의료기관으로서 처분을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행정구역과 같은 형식적인 기준에 의할 것이 아니라 행정처분으로 인해 대상이 된 의료기관 소재지 및 인접지역 주민의 병원 이용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어려워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주변 1km 가량 거리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 등이 있음을 이유로 배척했다. 

이렇듯 지방 소도시 등에서 관행적으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간호조무사에게 의료행위를 맡겼다가 환자 또는 경쟁 병·의원의 민원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필자가 맡은 케이스도 오랜 경력의 간호조무사로부터 상담 및 주사 시술을 받고 불만을 품은 환자가 관할 보건소에 이를 신고하면서 형사처벌로 이어진 경우이다. 담당 의사는 잠시 재직했던 봉직의로서 시술 사실을 몰랐어도 통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 또는 공모'한 혐의로 수사의 표적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간호조무사에게 의료행위를 시킨다고 무조건 의료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닌데, 일명 물사마귀라고 부르는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행위를 예로 들 수 있다. 

의사는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도 제한된 범위 안에서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고, 성격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가 아니라 의사의 적절한 지도·감독하에 진료보조 행위로서 수행 가능한 업무영역에 포함된다면 이는 정당행위로서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 의료기사인 방사선사는 초음파 관련 의료행위시 의사로부터 상당히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방사선사가 주도적으로 검사를 행하고 진단 결과를 전달하면 의사들의 명의로 결과지가 교부됐던 사례에서 재판부는 "의사와 방사선사가 동일한 공간에서 촬영영상을 동시에 보면서 실시간으로 의사의 진단과 구체적인 지도가 이뤄지는 경우에 한하여 방사선사에 의한 초음파 관련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며 관계자들에 유죄 선고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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