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수련이사 "뒷감당 못할 일 했다…외과·소청과에 민폐"
"25% 줄어든 전공의 공백 심각…4년제 복귀 등 대책 논의해야"
"죄송하지만 내과학회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뒷감당 못할 일을 했다"
필수과 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2017년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을 택했던 내과. 이후 전공의 지원율이 회복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수련기간 단축의 '성공 사례'로 평가됐다. 그런데 해당 제도가 '실패작'이라는 내과학회 내부 평가가 나와 이목을 끈다.
대한의학회는 6월 15일 더케이호텔에서 학술대회 중 '전공의 지원율'을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기피과'의 대표 주자인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이 대거 출동했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주목을 받은 과는 의외로 '내과'였다. 내과학회가 전공의 3년제를 도입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작심(?) 발언이 나왔기 때문. 발언의 주인공은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다.
내과는 2010년까지만해도 142.7%의 전공의 지원율을 기록, 기피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15년 레지던트 모집 결과 97.6%의 지원율을 기록, 처음으로 미달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확보율의 경우, 정원 대비 86.0%에 그쳤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 시행 이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 타격이 컸다.
김대중 이사는 "당시 학회에는 비상이 걸렸다. 내과에 왜 오지 않을까를 고민했고, 우리가 잘 가르치지 못했던 것은 없는 가를 반성하기도 했다"며 "결국 2017년에는 3년제 수련기간 단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과학회의 전략은 적중, 2017년 다시 지원율 108.2%를 기록한 뒤, 2018년 104.8%, 2019년 99.7%, 2020년 104.0%, 2021년 102.3%, 2022년 117.5%, 2023년 117.0% 등을 기록하며 '성공사례'로 꼽혔다.
좌장이었던 김경식 연세의대 외과학교수는 내과학회 발표 순서가 다가오자 "이제까지 힘든 필수과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3년제 전환 후 성공사례를 듣는 희망적인 시간을 갖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대중 이사는 "지원율만 놓고 본다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며 내과에도 나타나는 특정 병원 쏠림 현상, 중도탈락 비율 유지,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공백 현상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부 병원이 수치를 리드하고 있다. 이외 병원은 겨우 정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원자 100% 이상을 기록한 병원은 빅5 정도"라고 짚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중도 탈락. 2010년부터 중도 탈락한 전공의는 총 303명이다. 비율은 2021년 43명(7.8%)이 가장 많았고, 올해는 벌써 9명의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했다.
전체 배출되는 전문의 숫자가 약 600명인데 반해 분과전문의 배출수는 매년 400명 정도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대중 이사는 "전임의 지원이 특정 분과로 쏠림이 심각하다. 혈액종양, 감염, 알레르기, 류마티스 등 비교적 작은 과의 경우 한 병원에 한 명도 채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2010년 수련기간 4년제에서는 대략 매년 700명의 전공의로 2800명의 내과 전공의가 있었다면, 현재는 3년제에 매년 627명 정도다보니 1881명의 전공의가 있다. 4년제 당시 대비 67% 정도로 전공의가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김 이사는 "쉽게 정원 감축에서 20%가 날아갔고, 3년제로 바뀌고 환자를 위해 일할 인력이 25%가 날아간거나 다름 없다"면서 "특히 이러한 공백을 입원전담전문의로 채우자는 것이 학회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현재 내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국 110명에 그치고 있다.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수퍼비젼을 제시해줄 상급년차 부재, 1·2·3년차 전공의 수련 차별성 모호, 야간·주말 사이 의료 공백 등을 나열했다.
김대중 이사는 "전공의 교육을 제대로 시켜보자는 취지로 많은 수련 평가제도를 얘기하고 있지만 일선병원까지 다 미치진 못했다"며 "특히 야간·주말에는 병원이 거의 무의촌 상태가 되기도 한다.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수련위원회에서 13년째 일하면서 느낀거다. '잘못했구나'. 뒷감당도 못할일을 해놓고 외과, 소청과도 뒤이어 제도를 바꿨다. 미안한 일을,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개인적으로는 다시 4년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는 작심발언도 나왔다.
큰 원인으로는 체계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김대중 교수는 "이제 전공의는 의사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생각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또 모든 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를 배치, 전문의 1명과 전공의 2명 협력진료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는 환자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 역시 패널토의를 통해 '3년제 전환'의 문제점에 함께 공감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3년제는 지원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4년차 치프 레지던트의 부재가 생각보다 크다. 인재양성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순환전공의 이후 심화 수련과정이 없어지면서, 롤모델을 직접 볼 수 있는 경험이 줄었다. 이는 다시 특정 분과 쏠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학회 내부적으로 수련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주요 전공 결정 요소인 제대로 된 교육, 전망을 중심에 놓고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