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서 의료인 폭행사건 발생...흉기 들고 돌진, 멱살 잡고 뺨 때려
전북의사회 "법이 없어 맞는 것 아냐...무관용 원칙, 엄중한 법 집행 필요"
가해자 측 "의료사고" 주장, 언론제보도...병원 "사실무근...법적 대응 검토"
전라북도 익산에서 또 다시 의료인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추락사고로 해당 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던 중증외상환자의 보호자로, 진료 내용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벌이다 담당 전공의에 흉기를 휘두르고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 전공의는 "사건 당시 생명에 위협을 느껴 아무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사건의 충격으로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월 29일 병원 내 환자 병실에서 발생했다.
환자는 지난 2월 패러글라이딩 중 지상 50m 높이에서 추락, 경골과 대퇴골·골반 등 다발성 골절로 이 병원 권역외상센터로 후송돼 치료를 받아온 터다. 사고 직후 수술을 받은 뒤 지속 치료 중인 상태였는데, 일부 수술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 치료가 길어지자 진료 내용에 불만을 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당일에도 해당 부위에 대한 세척 및 변연절제술(Irrigation and debridement)이 이뤄졌는데, 환자가 수술방을 나와 병실로 이동한 직후 문제가 벌어졌다. 환자 보호자인 A씨가 "(환자의) 허리가 꺾인채 올라왔다"고 주장하며, 병실 간호사에 욕설을 내뱉고 난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간호사의 연락을 받은 전공의 B씨가 병실을 찾았을 때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A씨가 종이로 싸두었던 칼을 뽑아들고 B전공의를 향해 돌진한 것. B전공의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자 A씨는 B전공의의 목덜미를 잡았고, 수 차례 빰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얼어붙은 B전공의는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고, 이후 의국 대화방에 사건의 내용의 알리면서 경찰 신고와 출동, 사건 조사가 시작됐다. B전공의는 사건의 충격으로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
사건 현황파악 및 지원에 나선 전라북도의사회에 따르면, 폭행 사건 이후 가해자 측은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과의 대화에서 언론제보 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실제 최근 모 언론을 통해 이들의 주장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해당 언론은 "다리 수술을 하며 거즈를 넣은 채 봉합했고 이후 다리가 괴사했다"는 환자 측의 주장을 실으며 병원 측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병원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병원은 해당 언론사에 대한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요청과 함께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임세원 교수 피습 이후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처벌수위가 높아졌지만, 의료진을 향한 보복성 폭행이 여전한 것이 현실"이라며 "법이 없어 의사들이 폭행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엄중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인 폭행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사법당국은 의료인 폭행사건 수사 매뉴얼과 처벌 기준에 맞게 무관용 원칙에 근거한 엄격한 법 적용과 강력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전북의사회는 "사건의 진행, 처리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의사회 차원에서 해당 전공의와 병원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