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필수약이 없다"

"소아청소년 필수약이 없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6.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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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병원협회 44개 병원 전수조사결과 공개…"전국적 현상"
소아청소년과 필수약 품절사태 장기화…정부 대책 마련 서둘러야
중증 필수약, 항생제·항히스타민제·콧물약·해열제 등 141개 품목 품절

대한아동병원협회는 6월 20일 대한병원협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한아동병원협회는 6월 20일 대한병원협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40년 전부터 사용한 약들을 쓸 수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를 공개했다.

"소아 중증 질환 진단·치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약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프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어른된 도리로서 너무 미안합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6월 20일 대한병원협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40년 전부터 사용한 약들을 쓸 수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를 공개했다. 소아청소년과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아청소년과 필수약 공급도 못하는 상황에서 출산 장려 정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진단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최용재 부회장(경기 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이홍준 정책이사(경기 김포·아이제일병원)·박소현 새고은메디칼약국 약국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뇌하수체 성선자극 검사 시약, 성조숙증 치료제, 성장호르몬결핍 치료제, 터너증후군 치료제,  등은 물론 가정 상비약인 해열제까지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선천 기형이나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확진에 필요한 렐레팍트는 1년째 품절 상태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중증 질환 필수약인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 (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 및 파이콤파 현탁액) ▲터너증후군 치료제 (프레미나정) ▲성조속증 필수 진단 시약 (렐레팍트 LH-RH 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 ▲성조속증 치료 주사약 (데카펩틸 주사약) 등과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 치료제, 항히스타민제, 콧물약, 진해거담제, 해열제, 장염 지사제 등 품절 필수의약품 개수가 141개에 이른다. 

최용재 부회장은 "소아 중증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약들이 품절돼 환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렐레팍트 같은 뇌하수체 성선자극 검사 시약은 1년째 품절 상태다. 선천 기형이나 수술후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확진에 필요한 약이 없어서 치료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언제 해결될지 기약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희귀질환이나 환아가 소수이더라도 필수약 품절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용재 부회장은 "데카펩틸은 성조숙증 치료제 중 대체 치료제가 필요할 때 써야 하는 데 이 약도 없다. 노디트로핀 노디플레스는 성장 호르몬결핍증 치료 시 대체 치료제인데 동일 성분 다른 제형으로 꼭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통상적인 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아이들도 있다"면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나쁜 것이다. 보건 당국은 도대체 뭘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이들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최용재 부회장은 "프레미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약의 품절은 너무나 가슴 아프다. 터너증후군 아기들은 성장 호르몬을 맞고 사춘기까지 성장하면 외부에서 호르몬을 투여해 사춘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 약이 없으면 2차 성징이 발현되지 않는다. 사춘기 없이 20대, 30대, 40대를 겪는다. 골다공증도 더 빨리 발생한다"면서 "터너 증후군 아이들과 부모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숨죽이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인간 존엄성 차원의 문제다.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질환이나 진료에 집중하기 보다 약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약국을 전전하는 게 일상이 된 현실도 짚었다.

이홍준 정책이사는 "제대로 된 감기약도 없이 다가올 가을, 겨울을 어떻게 날 것인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와 같은 어이없는 이유로 더 아프고 고통받아야 하는지, 의료진과 부모들은 오늘도 품절된 처방약들을 구하기 위해 약국 전화를 돌린다"면서 "품절시 마다 코드변경, 도매상 연락, 길어지는 조제 시간에 대한 보호자 불평 등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품절의 끝나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형국이다. 

이홍준 정책이사는 "주로 처방하는 약이 품절되면 다른 대체약이 품절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시럽제가 없으면 가루약으로 포장하지만,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오래 가지 못한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읍소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다국적제약사 약들은 동남아에도 있는데 한국에만 없다"라며 "전반적으로 소아청소년과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의 전향적인 필수약 부족사태 진단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이홍준 정책이사는 "제조사나 공급사에 문의하면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는 등 해명뿐"이라며 "이같은 품절사태가 장기적인데 정부는 왜 소아청소년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손을 놓고 있는지 원망스럽고 혹시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필수약 품절에 대한 약국 현장의 목소리도 전했다. 

박소현 약국장은 은 "복약지도보다 제약사와 도매상 담당자에게 품절약 문의하며 사정하는게 일상이 됐다. 최근엔 일반약 해열제까지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계속해서 약이 필요한 환자분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대체약을 거부하는 정서도 있기 때문에 고충이 더해진다"라며 "원료약 수급이 어렵고 약가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처방할 약 조차도 부족하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약품 생산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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