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석 이사 "직역 갈등 있을 수 없어…제1 임무, 원장 조력"
"보험업법 심평원 중계? 사회적 합의 없어" 부정적 견해
최초 '한의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상임이사로 주목받은 오수석 기획상임이사가 임기 시작 74일만에 '한의사 기획이사'에 대한 우려 반응에 입을 열었다.
오수석 심평원 기획상임이사는 20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일개 한의원장이 이런 자리에 올랐다. 우려섞인 시선을 잘 알고 있고, 충분히 공감한다"며 자세를 낮추는 듯한 발언을 반복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13일 '의사' 강중구 전 일산차병원장이 건강보험심평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나 '한의사' 오수석 전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이 기획이사로 오게 됐다. '의사'와 '한의사'가 각각 심평원 1·2인자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대결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오수석 이사는 "이해충돌문제를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의사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장님의 경영방침에 맞춰 충실히 보좌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다. 한의사의 시각으로 '이건 아닌데' 등 지적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기획상임이사의 역할은 심평원 기관운영을 총괄하고, 업무 전반에 대한 조정과 협의를 주로 수행하는 자리"라면서 "정부정책 지원이나 심사, 평가 등의 업무는 기획상임이사소관 업무 외의 영역이다. 직역간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의견 충돌이 발생할 소지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대다수의 질의응답에서 '공공기관 경영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잘할 수 있을 지 겁이 났다'고 답하거나 "강중구 원장님의 사회적 경험, 연륜, 학식은 범접하지 못한다"고 발언하는 등 스스로를 상대적으로 낮추는 발언을 반복했다.
반면, 그간의 심평원 비상임이사 경험을 토대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오수석 이사는 2008년부터 심사평가원 비상임이사로 활동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 등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이나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경험들을 강조·나열했다.
본인을 '소기업'에서 발악하던 사람으로 빗대, 심평원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소개했다.
오수석 이사는 "업무 프로세스가 잘 갖춰진 대기업같은 곳에는 적당한 사람을 데려다 놓아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대기업 이사가 중소기업에 와서 성공할 확률이 10%밖에 안 된다고 한다"며 "지방대학교 수석 출신이나 소기업 등 열악한 환경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플랫폼이 잘 짜여진, 심평원이라는 큰 조직에 오게 되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의사가 저걸 과연할 수 있을까 라는 염려를 불식시켜 보겠다"면서 "그간 구축된 협회, 보건복지부, 시민단체의 인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생각"이라는 다짐도 전했다.
임기 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업무로는 특정 사업이 아닌 '전반적 조직안정을 위한 노력'을 꼽았다.
심평원 최근 5년 이내 입사자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장기간의 임원 공석과 급격한 조직 규모 성장으로 인한 업무 공백 메우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보건의료분야의 중심 국정과제인 필수의료 지원 대책 마련과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 지출 관리 역시 중점 과제로 언급했다.
의료계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고도 불리는 동 법률안은 환자가 요청한 경우 의료기관이 해당 환자의 진료비 내역 등을 전자적 방식을 통해 중계기관에 전송할 수 있게 하고, 의료기관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중계기관이 다시 이를 각 보험사에 주도록 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까지 정부, 의료계, 금융위, 보험협회 논의 결과에 따르면, '심평원은 중계기관 논의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상태다. 다만 법안에서 중계기관 선정은 대통령령에 위임, 추후 시행령·시행규칙에서 확정하게 된다.
오수석 이사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을) 하겠다, 하지 않겠다 등의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계기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인다"면서 심평원 중계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우회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