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
누군가 기도하듯 돌담을 쌓아놓았다
천 번이 넘게 겨울이 다녀가고
외톨이였으나 지금은
별빛 내리던 창문 앞에 휴대폰이 떠다닌다
누군가는 핑크뮬리를
누군가는 억새를 배경으로 삼았다
누구와도 어울리게
둥그런 돌담은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것은 사실 별들이 한 일이다
밤하늘의 별을 오래 바라보다가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별빛이 궁금했던 누군가
이내 눈동자에 별이 한 줌 채워지면
스스로 별이 되어버릴까 싶어
돌담 아래로 소원을 묻어두었을 것이다
지진을 견뎌내면 누군가는 별의 노래를 호출했고
누군가는 별을 따라 전쟁에 나갔다
벚꽃철이 오면 누군가
사랑을 하고 이별도 했을 것이다
이제 이름도 없이 누군가의 꽃처럼
어디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분당 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장. 2012년 <발견> 신인상으로 등단/시집 <오래된 말>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눈물만큼의 이름>/시편묵상시집 <그가 들으시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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