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사, 발달지연 아동 치료받을 권리까지 빼앗나

실손보험사, 발달지연 아동 치료받을 권리까지 빼앗나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6.27 13:57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상, 보호자에게 발달·놀이치료 보험금 거절 문자 메시지 전송
의학적 근거 희박한 문건 무차별 배포 진료권 훼손·치료받을 권리 박탈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 통해 발달지연·장애 치료 국가책임제 도입해야

소아청소년 발달지연 및 장애 치료 전문가단체들은 6월 27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아청소년 발달지연 및 장애 치료 전문가단체들은 6월 27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의 문자가 다시 배포될 경우 소비자단체 및 환자권익단체와 함께 위법 행위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애 여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제소하고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선경 기자 photo@doctorsnews.co.kr] ⓒ의협신문

"아픈 아이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 못하는 현실이 통탄스럽습니다."

현대해상화재보험(현대해상)이 발달지연 및 장애 아동 보호자에게 발달 및 놀이치료 등에 대한 보험금 거절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의학적인 근거가 희박한 문건을 무차별적으로 배포함으로써 의료인의 진료권을 훼손하고, 발달지연 아동과 가족들에게 치료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고통을 겪게 하며 치료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제에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을 통한 발달 지연·장애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도 제안됐다. 

소아청소년 발달지연 및 장애 치료 전문가단체들은 6월 27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의 문자가 다시 배포될 경우 소비자단체 및 환자권익단체와 함께 위법 행위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제소하고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 강은식 대한소아청소년과행동발달증진학회 인증평가이사, 한은희 대한소아청소년과행동발달증진학회 기획이사, 이영애 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협의회장(숙명여대 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기관으로는 대한소아청소년과행동발달증진학회, 대한아동병원협회, 한국뇌전증협회, 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협의회, 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교수협의회, 아기키우기좋은나라만들기운동본부 등이 함께 했다.  

이 같은 민간보험사의 행태는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치료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의료업무 방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박양동 회장은 "부모들이 영유아 실손보험을 가입할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닥칠 병증을 예측할 수 없다. 신경병변은 1세 미만에 진단해야 하고, 자폐는 3세 이전에 진단해야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보험사 약관대로 R코드 질환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면 진단 범위가 굉장히 축소된다"면서 "아이들이 아프면 진단은 의사가 한다. 치료는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가 판단한다. 보험사가 아이들의 치료 자격을 재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보험사들이 탐욕적 이익을 위해 이같은 행태를 지속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양동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치료 정책 자체가 없다"라며 "정부도, 국회도  각성해야 한다. 아이가 아픈데 의료서비스를 제공 못하는 현실이 통탄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선경 기자 photo@doctorsnews.co.kr]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photo@doctorsnews.co.kr] ⓒ의협신문

보험사의 사실 왜곡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은희 기획이사는 "놀이치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돼 있다. 보험사가 인정 비급여 부분에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갖은 수단을 쓰다가 이젠 놀이치료사가 민간 자격자라는 이유로 보험급 지급을 거부했다. 실손보험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보험사가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면서 "영유아 보험의 80%를 독점하는 현대해상이 5월에 놀이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다른 보험사들도 6월부터 뒤를 따랐다"고 전했다. 

한은희 기획이사는 "2021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외부활동 급감 등 폐쇄적 생활환경으로 발달지연 및 장애가 급증했다. 보험사는 이를 두고 발달센터 의료인들이 과잉 진단했다거나,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로 보험금을 편취했다고 사실을 극도로 왜곡하고 있다. 대국민 기만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놀이치료사에 의한 놀이치료를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라고 규정한 데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이영애 회장은 "영유아, 아동의 발달 및 심리·정서·사회적 문제는 전문자격을 갖춘 아동상담전문가에 의해 조기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놀이치료(놀이심리상담·놀이심리재활)와 작업치료(감각발달재활)는 자격취득요건, 교육, 수련조건, 업무 영역이 전혀 다르다"면서 "놀이치료에 관한 전문성 없이 관련 교육이나 임상 수련을 거치지 않은 자격자가 놀이치료를 시행할 경우 초래할 아동발달의 악영향, 사회적 고통·혼란으로 발생할 폐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통박했다. 

민간보험사의 보험약관 개정과 상품 보장내용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했다. 

발달지연 아동과 가족들의 권익 보호와 의료 전문가들의 역할을 적절히 인정하는 약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또 출생 전 예상치 못한 신경병증, 뇌전증, 자폐스펙트럼, ADHD, 우울증, 인지장애 등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견해다.  

[김선경 기자 photo@doctorsnews.co.kr]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photo@doctorsnews.co.kr] ⓒ의협신문

발달지연 및 장애에 대한 국가책임제의 중요성도 짚었다. 

강은식 인증평가이사는 "보험사의 잘못으로 인해 발달지연·장애에 대한 의제 설정의 동력을 얻게 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아이 낳기도 어려운데 낳았더니 한 해에 몇 천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하게 하면 안 된다. 발달지연·장애 아동들의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일상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박한 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실손보험에 의지하게 된다"면서 "발달센터 난립 문제는 학회에서도 지속적인 감시·모니터링을 통해 자정활동을 하겠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 세대의 책임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발달지연 아동 수는 30만명에 이르고, 자폐아도 3만 5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적지 않은 아이들의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정에도 고통이 전가되고 있다. 발달 지연과 장애를 가진 영·유아에게 가장 절실한 조기 발견 및 적극적인 치료 개입과 의료비용 경감을 위해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날 전문가단체들은 영유아기 발달 지연과 장애에 대한 조기 발견을 위한 정책 시행과 법률 개정을 제안했다. 

전문가단체들은 ▲영유아 발달 지연 및 장애는 신경발달질환으로 조기진단, 조기 치료 비용은 건강보험에 편입하고 본인부담금 5% 적용 ▲생후 45일부터 7세까지 국가 영유아검진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영유아 발달 지연에 대한 조기진단·치료 가능토록 제도적 지원 ▲영유아 발달 지연 및 장애 아동의 의료 접근 용이토록 지역 중심 행동발달증진센터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