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바렐라 아스트라제네카 아시아지역 총괄사장
"AZ 목표, 치료제 개발 아닌 '암 사망' 없는 세상"
아스트라제네카가 EGFR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장에 대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환자를 위한 치료옵션이 생긴다는 의미에서다.
다만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서 유일하게 전체생존(OS)을 확인, 전세계 폐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하며 타그리소만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실비아 바렐라(Sylvia Varela) 아스트라제네카 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은 지난 16일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서 주력 중인 약제 3가지로 '타그리소'와 HER2 양성 위암·유방암 치료제인 '앤허투', 당뇨병 치료제로 시작해 심장·신장 보호효과까지 영역을 넓힌 '포시가'를 꼽았다.
타그리소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급여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1차 치료제 허가 확대를 추진 중인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실비아 바렐라 사장은 '라이벌' 렉라자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환자들을 위한 치료옵션이 생기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특허가 만료돼 많은 제네릭이 쏟아지고 있는 포시가와 관련해서도 "경쟁이 있는 것 자체는 고무적이다. 오리지널 제품으로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켜나가고,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매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신약 급여 가격이 해외 시장보다 낮다는 KRPIA의 의견에 대해서는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동의했다.
다만 "한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한정적인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와 회사가 '환자 접근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접근을 제안하고, 대화와 협력을 지속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성장 동력에 대한 질문에는 "과학과 환자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인정받은 결과"라며 "우리는 항암 분야에서 가장 많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암으로 인한 사망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실비아 바렐라 사장은 지난해 말 아시아 지역총괄로 부임했다. 화이자 라틴 아메리카에서 업무를 시작해 중미, 카리브해 지역을 담당했다. 콜롬비아, 안데스 지역 국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 15개 국가를 총괄했다. 장장 25년간 제약 업계에 몸을 담았던 것이다.
Q1. 한국 방문이 처음인가?
두 번째다. 올해 초 한국 직원들과 2023년을 시작하기 위해 방문했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성장, 연구개발, 인재양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Q2. 아시아 시장과 남미 시장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특히 한국 시장의 인상적인 특징을 느꼈다면, 말해달라.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모든 사람이 항상 손쉽게 보건의료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 아시아 지역, 그중 한국은 특히 보건의료 시스템과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 가장 큰 차이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전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임상 연구를 두번째로 많이 하고 있는 나라다. 아시아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를 통틀어 임상연구 수 기준으로 한국이 2위라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성과다. 다만 두 지역 모두 의학적인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Q3.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이프라인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0년간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암, 심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 신장 질환,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최근에는 희귀질환 분야로 진출했다. 해당 치료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만 약 178개이고, 이중 신약후보라고 할 수 있는 후기 임상단계에 있는 후보군은 약 14개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Q4. 한국에 아스트라제네카도 회원인 KRPIA(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있다. 신약 급여 가격이 해외 시장보다 낮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고 있는데, 이에 동의하시나? 만약 동의한다면 낮은 약가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 신약 급여 가격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한정적인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 회사는 약가뿐 아니라 환자의 접근성 향상이라는 목표가 있다. 한국 정부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양쪽이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논의와 협의를 이끌고자 한다.
Q5. [의협신문] 의사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혁신성'하는 떠오르는 회사 탑5 안에 꾸준히 들고 있다. 어떠한 노력이 이러한 성과를 만들었다고 보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제약전문 컨설팅 업체인 아이디어 파마(IDEA Pharma)라는 기관에서도 혁신적인 회사로 인정받았다(3위 기록). 과학과 환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열정과 헌신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항암 분야에서 가장 많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암으로 인한 사망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Q6. 한국 시장에서 주력하는 3가지 약제를 꼽아본다면?
타그리소, 엔허투, 포시가다. 타그리소는 전 세계 표준치료(Standard of Care)로 인정받고 있는 치료제이다. 타그리소가 한국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폐암 환자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엔허투는 HER2 양성 위암/유방암 치료 신약으로, 임상 결과가 고무적이다. 포시가는 당뇨병 치료제로 시작해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장·신장 보호효과를 확인했다. 당뇨병은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포시가는 당뇨병이 없더라도 심부전, 신부전이 있는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주력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다.
Q7. 포시가 특허가 만료된 이후, 150개 이상의 제네릭 제품이 개발됐다. 이중 89개는 허가를 받았다. 오리지널 제품으로서 시장점유율 지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경쟁이 있는 것 자체는 고무적이다. 경쟁이 늘어난 만큼 포시가를 필두로 SGLT-2 계열에 대한 시장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점을 누리는 환자와 의료진들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시가 역시 오리지널 제품으로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켜 나가고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포시가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만큼 혈당 조절 능력도 훌륭하지만, 신체 주요 장기인 심장 및 신장 보호 효과도 탁월하다. 이러한 효과를 바탕으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적응증 이후 만성 심부전 및 만성 신장병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했다. 특히 만성 심부전 및 만성 신장병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여러 임상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개척하고 선보일 것이다.
Q8. 최근 미디어에서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급여를 두고 경쟁 중인 유한양행 '렉라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대한 비교가 단골 소재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보는 렉라자는 어떤가?
환자들을 위한 치료옵션이 생기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타그리소는 현재 EGFR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전체생존(OS)을 확인한 치료제로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체인저다. 현재 타그리소는 글로벌 표준치료제로, 타그리소 이후의 치료전략을 연구하는 글로벌 임상연구 역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65개국 이상에서 보험급여를 적용 받고, 70만명 이상의 폐암 환자들이 타그리소로 치료를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임상연구의 요충지인 한국에서만 아직 타그리소가 급여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계속 진화하는 임상연구의 혜택이 한국 환자들에게도 하루빨리 전달되길 고대한다.
Q9. 최근 유한양행은 렉라자에 대해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 EAP) 진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가격 면에서도 파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시장 경쟁에 있어 타그리소만의 전략이 있는가?
현재 우리의 최우선과제는 타그리소 급여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급여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2018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4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아직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3월 타그리소가 고대하던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희소식이 있었다. 아직 급여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회사는 한국 폐암환자들을 위해 정부와의 협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도 연구개발 투자와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10. 현재 한국 보건정책의 화두는 고가 신약의 등장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이다. 윤석열 정부도 취임 때부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순위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장관도 경제부처에서 대부분의 공직 생활을 보낸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다양한 약제들의 급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아스트라제네카만의 솔루션이 있는지 궁금하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예산 제한이나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은 정부와 업계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다. 환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혁신적인 신약들이 최대한 많은 환자들에게 제공돼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와 회사 공통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업계 차원에서도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이어 나가야 혁신적인 신약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환자에게 기여할 수 있다. 양쪽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언제든 정부와 함께 대화하고 논의를 진행할 의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