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건정심, 협상 결렬 의원 인상률 공단 최종 제시치 확정
정부, 검체·영상수가 동결→기본진찰료, 소아·필수의료 투입 제안 '논란'
의협 등 공급자 "공단 재정위, 행위별 수가까지 좌지우지? 월권"
정부가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를 1.6% 인상하되, 검체·기능·영상·검사 분야 환산지수는 동결하고, 그 비용을 의원급 소아·필수의료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투입하자는 제안을 내놔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 보험자와 단체간 수가협상이 결렬된 의원과 약국 유형의 내년도 인상률을 확정하기 위한 자리에서다.
보건복지부는 6월 29일 국제전자센터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의원회 회의를 열고 '2024년 의원 및 약국 환산지수 결정의 건'을 심의했다.
건정심 위원들은 통례에 따라 의원과 약국의 내년도 수가인상률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 의약단체에 제시한 최종수치인 1.6%, 1.7%로 결정했다.
이를 반영한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환산지수(상대가치 점수당 단가)는 올해 92.1원에서 1.5원 오른 93.6원, 의원 초진료는 1만7610원(290원↑), 재진료는 1만2590원(210원↑)이 된다.
예년과 같았다면 이로써 내년 의원 수가가 확정되는 것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정부가 갑작스레 의원급 환산지수 인상분의 배분을 행위별로 달리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의원급 검체·검사·영상·검사분야의 환산지수는 올해와 동일한 92.1원으로 동결하고, 해당 금액을 의원급 소아·필수의료 확충과,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안의 근거로 삼은 것은 지난 6월 1일 있었던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의 부대결의다.
앞서 재정위는 보험자와 수가협상을 타결한 병원과 한방의료기관 등의 내년도 수가를 원안대로 의결한 뒤, 재정위 부대결의로서 의원과 약국 유형의 내년 수가 인상률이 공단이 제시한 최종 수치인 1.6%와 1.7%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내후년인 2025년 수가계약 때는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소아 진료 등 필수 의료확충을 위해 수술과 처치 등 원가보상이 낮은 행위 유형의 상대가치 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재정위 부대결의 사항을 고려, 그간 환산지수 계약시 검체검사·기능검사·영상검사 등 원가대비 보상이 과다한 영역의 수가도 일괄 인상돼 온 부분을 개선하고, 소아 필수 영역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내년 의원급 수가인상분부터 이를 적용키로 제안한 배경으로는 "필요한 부분에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큰 방향성 아래, 일단 내년 의원급 수가조정부터 이런 변화를 주자는 판단"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공급자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수가인상에 사용해야 할 재정을 다른 목적으로 돌려쓰는 것은 건보 재정부담을 덜기 위한 꼼수이며, 재정위 의견이 행위별 수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수가의 원가보상률이 실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전하기는커녕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재정책임까지 의료기관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건정심은 이날 3시간에 가까운 격론 끝에 유형내 수가 재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되, 그 내용은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양측이 시간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해 나갈 수 있도록 일단 공을 넘긴 것.
구체적으로는 '의원급 환산지수를 1.6% 인상하되, 재정 범위 내에서 건강보험 행위 목록의 장·절별로 별도로 정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의원급 장·절별 환산지수를 별도로 정할 때, 의원급 필수의료 확충과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투입되도록 한다'고 그 내용을 정리했다.
그 세부사항은 내년 수가가 적용되기 이전까지 결정해 그 내용을 건정심에 보고하고 의결을 받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