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재정위 상대가치점수 조정 월권…수가협상 원칙 망각
일반과의사회 "가입자-공급자 대등한 협상제도 마련" 촉구
대한일반과의사회(대일회)가 "일차의료를 고사시키는 현 수가결정제도를 폐기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일회는 6월 29일 개최한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4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환산지수) 인상률을 1.6%로 결정한 데 대해 "20년 전부터 그래왔듯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정부와 가입자 단체들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대일회는 6월 30일 입장문을 통해 "작년부터 매달 5%를 넘나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그 이상으로 체감되는 높은 물가로 인해 고통받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사정에도 물가상승률의 1/3도 안 되는 형편없는 수가 인상률이 결정됐다"며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나 시민사회단체들도 틈만 나면 일차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부르짖더니, 정작 일차의료의 근간인 의원들의 생존과 결부된 수가 인상에 대해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안면 몰수하고 수가 패대기치기에 여념이 없었다"라며 "그 결과 수가협상 제도가 출범한 이래 가장 낮은 수가가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짚었다.
대일회는 "작금의 수가협상제도는 말로만 협상이지 실제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가 마음대로 정한 수가 인상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조건 결렬이 되는 갑질 계약일 뿐이고, 그렇게 건정심으로 가면 역시 결렬된 수치 이상으로는 절대로 올라갈 수 없고, 정부가 던져주는 대로 결정이 되는 하도급 계약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오래 전부터 의사들은 정부와 건보공단이 이런 불평등한 계약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얘기했음에도, 제도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올해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2025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 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 진료비 조정에 활용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문을 함으로써, 월권을 넘어 의사들을 무시하는 작태를 저질렀다"며 "이는 수가협상에서는 환산지수만 계약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망각한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더욱 황당한 일은 그 과정에서 동결하는 것으로 언급된 검체·기능·영상 검사 분야들의 수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다빈도로 행해지는 것들이 많아, 만약 이대로 반영된다면 의원들은 도리어 수가가 인하되는 참사를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일회는 "상대가치점수 제도는 의료행위들의 상대적인 가치를 연구를 통해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지, 건보공단이 함부로 간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또 "그런데도 건보공단은 물가상승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강요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권한도 없이 상대가치점수를 재단해서 의료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라며 "이런 식이라면 향후 의료계는 건보공단과 수가협상을 지속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차라리 이전의 수가 고시제가 더 나았다는 푸념마저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수가를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원가 아래로 패대기친다면 이는 수가협상이 아니라 강압적인 수가결정일 뿐이고, 그렇잖아도 나날이 심해지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더불어 일차의료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힌 대일회는 "최근 국가적인 화두로 증폭되고 있는 중증 필수의료의 붕괴와 더불어 대한민국 의료의 쌍끌이 파탄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강조했다.
대일회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월권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또 다시 이런 망언이 재발된다면 관련자들을 축출하고 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라 ▲무늬만 협상인 현재 수가협상제도를 폐기하고, 정부는 중립을 지키면서 가입자와 공급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 ▲원가 이하의 수가뿐만 아니라 대도시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붕괴 직전 위기에 처한 일차의료를 되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대일회는 "이런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한민국의 일차의료가 붕괴된다면, 결국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피해를 입을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로지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