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24조원 누적 흑자에도 '돌려막기'…"수가 협상 때도 몰랐다"
지난 6월 29일 보건복지부는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2024년도 의원 수가 인상률을 역대 최저치인 1.6%로 의결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1.6% 인상 폭 내에서 검사 등 분야에서 기존 수가를 동결하고, 그 차액을 빼내 소아 등 필수의료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제안에 '필수의료를 살릴 의지가 없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7월 3일 성명을 통해 "역대 최저 인상률은 코로나19 국가적 위기 극복에 발 벗고 나선 의원급 의료기관에 보상은 못 해줄망정 안면몰수로 뒤통수를 치는 처사인데, 인상 재정 범위 내에서도 행위목록에 따라 환산지수에 차등을 둬 확보한 재정을 소아청소년과 진찰 가산 등 필수의료에 투입한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개탄했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필수의료 살리기가 고작 이런 것이었느냐"며 "건강보험재정 누적 흑자가 24조원에 달하는데도 최저인상률을 결정하고, 건정심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수가 협상 과정 문제를 개선할 생각이 전혀 없다. 추가 소요 재정을 미리 밝히지 않고 공급자 단체를 배제한 채 인상률을 정하는데 진정 협상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작금의 위기 상황에 최우선은 정부가 필요한 부분에 아낌없이 재정을 투입하고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권은 보여주기식 정책 결정을 일삼으며 그나마 남은 필수의료 종사자들마저 떠나게 하고 있다. 적정수가를 보장받지 못하면서 진료 자율권을 제한하는 정책들, 방어 진료를 조장하는 처벌이 줄을 잇는데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한들 필수의료 살리기가 이뤄지겠느냐"고 꼬집었다.
내과의사회는 "독단적 협상 방식으로 물가·인건비 등 비용 증가를 고려치 않은 비합리적인 인상률을 제시하고, 그마저도 재정 순증 없이 의료계를 분열시키는 수가 인상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의료정책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백년을 내다봐야 한다.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차의료를 토사구팽 식으로 홀대한다면 필수의료는 속절없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