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폐지·의료일원화 첫발 "의료계 내부 중지 모아야"

한의대 폐지·의료일원화 첫발 "의료계 내부 중지 모아야"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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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암 오진, 한의원 13%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불법 납품 등 국민 위해 심각
의과 침범 가속 "의료 윤리와 국민 건강 수호 사명에 입각, 의료계 적극 나서야"
의료계 내에서도 의료일원화 여부·방식 의견 '반반'…"의견 수렴해 목표 설정부터"

ⓒ의협신문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이 7월 4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의료기기 등 한의과의 의과 침범 사례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한의사가 자궁내막증식증 환자를 68회 이상 초음파 진단하며 산부인과 의원에 내원하지 못하도록 조장, 결국 자궁내막암에 이를 때까지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환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암 치료를 하고 있다.

한의계에서는 의과 의료기기 사용뿐 아니라 일차의료 저변을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한의사도 필수의료를 수행할 충분한 역량과 능력이 있다",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의대 정원을 줄이고 의사 정원을 늘리자. 한의사가 미용으로 가면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더 가지 않겠느냐"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한의사 초음파 피해 환자 사례처럼 국민이 심각한 보건위생상 위해를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한의대 폐지와 의료일원화에 대해서는 아직 하나로 통일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 위원장은 7월 3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한의계는 의료법에도 없는 '양의사'·'양방'이란 용어를 남발하고 한의사가 마치 의사에 포괄되는 것처럼 개념을 왜곡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빌미로 의과 의료기기 침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운을 뗐다.

X-레이, 안압측정기, 초음파, 말기암 산삼약침, 신속항원검사(RAT) 등 한의사의 의과 침범 또는 시도 사례를 들며 "한의사의 정체성 상실과 의사면허권 침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의학 고유질병에 해당하는 특수목적코드(U) 또한 입원·외래에서 모두 지속 감소하고 있다. 한의사는 자동차보험 환자에 대한 과다 청구로 매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추나 급여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난임 등 지자체 한방 관련 사업 등의 호재가 있다"며 "심지어는 미국 유명 암센터의 통증 완화 목적 침술사와 마사지사를 '미국에서도 한의학을 활용한다'고 포장해 국립암센터에 한의과 설치까지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생명의료윤리 원칙에서 본 한방의료'를 주제로 발제한 김교웅 한특위원장은 의료의 △자율성 존중의 원칙 △악행 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 중 '의사가 환자에게 해악을 입히거나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데 의술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악행 금지의 원칙에 입각해 한의대 폐지와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협신문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에서 의료인들이 한의과·한의대 폐지와 의료일원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국민 위해성의 일례로 2018년 국정감사에서 전국 한의원의 13%가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불법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난 건을 짚고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탄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소 투약용량을 감안했을 때 수백만명이 투여받을 수 있는 양으로 ▲모르핀, 펜타닐 등 마약류 8279건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 7143건 ▲스테로이드 127만 4786건 ▲국소마취제 67만 7614건 ▲항생제 3만 8709건 ▲백신류 3만 5152건 등이 불법납품됐다. 

특히 최근 3차공판이 종료되고 최종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는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해 "기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무 영역 외 타 직역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은 추상적 위험만으로도 족하기에 사용 자체가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같은 판례와 상충된다. 한의학적 원리와 무관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기준이라면, 거의 모든 의과의료기기가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개탄했다.

해당 한의원이 웹사이트를 통해 '자궁 내막두께가 1.46cm에서 1.07cm로 줄어 치료됐다'고 해당 환자의 치료 사례를 광고한 데 대해서도 "자궁내막은 월경주기에 따라 변화가 매우 심하다. 근거가 없을뿐더러 매우 위험한 판단"이라며 "해당 한의사가 2년 내내 68회 초음파를 보고도 단순 오진을 했다는 것과 진단 감별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한의대가 2012년 이미 세계의과대학명부(WDMS)에서 삭제, 세계의학교육계에서 퇴출돼 현대의학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또 국민건강권을 위하고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의료계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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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웅 의협 한특위 위원장은 의료일원화를 둘러싼 회원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의료계의 통일된 입장과 목표를 설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그러나 의료일원화를 둘러싼 의협과 의사 회원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김교웅 한특위원장은 "의협의 원칙은 ▲한의대 폐지를 전제로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의학 교육 일원화 ▲한의대·한의사 제도 폐지 ▲기존 면허자의 기존 면허 유지 및 타 영역 침해 금지다. 그러나 한의협은 한의대를 유지하면서 일부 의학교육 수료로 의사면허를 획득하고, 기존 면허자는 보수교육만으로 의사면허를 획득하려는 내심"이라고 전했다.

회원 여론에 대해서도 "한의학은 자연스레 도태돼 사라질 것이란 의견도, 한의사의 의사면허 침해가 가속돼 의권을 위협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한의학을 퇴출 대상인 비과학적 학문으로 보는 시각도, 과학적 검증을 통해 선별된 부분을 의료체계 내로 편입·수용하자는 의견도, 한의학 전체가 통합대상이란 의견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에 의사 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의료일원화에 대한 찬반이 각각 47.6%, 46.8%이며, 의료일원화 방식에 대해서도 한의대·한의사·한의학교육 폐지하자는 의견이 36%, 한의대·한의사 폐지와 한의학교육을 의과대학 교육으로 흡수하자는 의견이 35.4%로 비등했다.

김교웅 한특위 위원장은 "당시 조사 결과에서 '한의학은 국민의 외면에 가만히 놔둬도 고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48.9%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회원들의 생각도 바뀌었을 것"이라며 의료계의 당장 과제로서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료계 입장 정리 ▲한의학 교과과정 분석 ▲향후 인구와 의료인력 증감에 이론적 배경 확보를 제시했다.

"회원들끼리 합의된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김교웅 위원장의 말에 이명진 전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현실적 문제를 내부에서 직시해야, 밖에서도 정당성을 얻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이원화 의료체계는 전 세계에서도 드문 사례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의사로서 사명감과 대의명분을 갖고 내부에서 현안 공유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공감했다.

이윤성 서울대 명예교수도 "우리 선배들의 잘못으로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의과대학에 상응하는 전통의료대학이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었다. 2018년에 한의대를 없애고 기존면허자를 남기는 것까지는 합의했으나, 그 다음 단계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그 때 합의했다면 내후년부터는 한의대 입학이 불가능해졌을 것이다. 어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한의대를 없애는 것을 제1의 대책으로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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