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원장 "가치기반의료체계 공감…공공정책수가도 같은 방향성"
보건복지부, 올해 하반기 제2차 건보종합계획서 방향성 정립 전망
의료 공급자와 보험자, 소비자를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평가되는 가치기반의료 지불제도 시행 필요성에 대해 의료계는 '가치'를 중점으로 둔 지불제도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가치'라는 개념적 합의가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7월 5일 '가치기반의료 왜 중요한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료현안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가치기반의료는 결과 중심의 의료다. 가치기반의료의 지불 방식은 환자가 제공받은 행위의 양이 많던 적던 현재 건강상태를 잘 유지하는 결과에 대해 정액으로 전체를 나눠 정기 지불하고, 건강상태를 잘 유지했을 경우, 그 지불된 금액을 그대로 승인하고 건강상태를 잘 유지받지 못했다면 지불된 비용중 일부에 대해 차감하고 지불하는 정산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오주환 교수(서울의대)는 '가치기반의료 로드맵 제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오는 2030년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1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하며, 가치기반의료의 도입을 통해 현재 국내에 운영중인 행위별 수가제와 가치기반의료 지불방식 투트랙의 진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환자의 건강향상과 선호 지향(환자의 건강결과에 대한 지불 강조로 환자의 건강유지에 집중) ▲보험자와 공급자 공동의 안정적인 재정관리 인센티브(건강향상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더 많은 보상 제공으로 이익창출) ▲의료공급자의 자율적 선택과 의사결정 권한 향상(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환자 건강 향상시키는 방식 선택 인센티비) ▲공유자원의 효율적 활용(공유자원인 의료보험재정의 효율적 활용해 건강유지에 기여하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에게 보험자가 이익공유) 등을 언급하며 가치기반의료가 의사와 환자, 보험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오주환 교수는 "한국에서 가치기반의료를 진행할때 정부가 정하는 것보다 행위별 수가 거래방식이 편하고 좋다고 생가하는 환자와 의사들은 기존의 서비스를 하고, 새로운 가치기반 거래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환자와 의사들은 가치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옵션을 늘려주기만 하고 강제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며 "다양한 모습으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불도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디자인한 거래방식을 통해 가치를 만들고 싶은 의사와 환자들이 참여하는 식의 시범사업을 전국 여기저기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박성배 교수(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일차의료개발센터) 역시 가치기반의료 시작을 위한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성배 교수는 "과정이 아닌 창출된 가치(결과)를 보상하는 지불방식의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질 높고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환자 중심 일차의료 중심의 시범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고기능의 환자중심 일차의료,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할 일차의료 네트워크 형성을 강조했다.
박춘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체계개선실장은 '가치기반의료의 실천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행 지불제도의 한계를 짚고 대안적 지불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지불제도에서 측정되지 않는 행위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점, 의료기관 울타리를 벗어난 서비스 혹은 의료기관 간 서비스는 보상하지 못한다는 점, 의료시스템 성과(접근성, 질, 적정부담 등)의 균형적 발전을 보상하기 어려운 점을 짚은 박춘선 실장은 "새로운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을 통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및 필수의료 기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도 진료의 '양'보다는 '가치'에 보상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가치'에 대한 개념적 합의가 모든 이해당사자 간 이뤄져야 하며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현재 미국에서 가치기반의료를 통해 의료 개혁을 했으며 이는 의료비 절감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로 전 세계에서 조명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 모델을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의료 공급자 측면으로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일차의료를 책임지는 주치의가 환자에 대한 기본 관리와 전문의 의뢰에 책임을 지는 제도가 자리 잡혀 가치기반의료 모델의 수행이 수월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우봉식 원장은 "우리나라는 의사 대부분이 전문의로 구성되어 있고 주치의 제도에 대한 거부감 역시 강하고 의료비 절감분에 대한 공급자의 공유가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네트크에 참여한 공급자들끼리 절감분에 대한 합의와 배분이 사전에 약속돼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보험자 측면에서는 기존 행위별수가제를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변경하면 현재의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기능이 축소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의료 소비자 측면에서는 현재 환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의료기관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있지만, 가치기반의료 체제가 도입되면 환자의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한 공급자들로만 서비스 이용이 제한돼 의료 이용 선택에 있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 원장은 "가치를 기반으로 의료체계를 변화시킬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가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시간이 그동안 충분하지 않아 보다 다양하고 심도깊은 논의와 시범사업 등 충분한 준비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정책수가를 보건의료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 의료와 의료기관의 공익적 기능을 지원해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것이 가치기반 의료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가치기반의료의 기본 방향성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장은 "가치기반의료 시범사업을 바로 기획하기보다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을 올해 하반기에 세우게 되는데 그 계획 안에 이러한 가치 기반을 위한 정신을 천명하고 기본 방향성 안에서 시범 사업들을 착실하게 만드는 작업들이 오히려 더 의미 있고 지속적으로 가는 것 같다"며 "2차 건보종합계획을 만드는 과정 속에 가치기반의료 시범사업들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현장에서 제도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는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