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 환자는 내가 본다"…의료돌봄 핵심은 "일차의료·통합돌봄지원센터"
지자체 협업 전주시의사회 모델 적합...의료계 내부 커뮤니티케어 이해도 높여야
의료정책연구원 창립 21주년 기념 포럼 "긴밀한 협력 속 의협 역할 고민해야"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돌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의료계는 의료통합돌봄의 필요성과 효과 사례를 공유하고 함께 의료돌봄 구축 방안을 모색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7월 6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창립 21주년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교육과 건강관리 수준 향상으로 건강수명이 늘어나 의료비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케어 홈(시설)과 커뮤니티케어(재가)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Lancet Public Health 2022, M.Kasajima et al.)"라며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 돌봄체계 구축 필요성을 환기했다.
우봉식 원장은 "일본의 개호 돌봄도 방문간호보고서를 매월 의사에게 제출토록 하는 등 의사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공공의료로 대표되는 영국도 1994년에는 홈케어를 지방정부가 89%로 제공했으나, 지금은 민관기관 비중이 78%로 뒤바뀌었다"며 민간의료 중심의 돌봄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러나 한국은 비록 대통령 재의요구권이 행사되긴 했으나 간호사 중심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간호법이 강행 추진되고, 보건복지부가 의협을 배제한 채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의료돌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발의된 간호법을 살펴봐도 △'무면허 간호행위 금지'를 규정해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간호진단 등 독자적 업무 수행 근거 규정을 두고 △간호요양원, 가정간호센터(재가) 개설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제18조) 있다는 지적이다. 2022년 1월에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사 중심 커뮤니티케어 수행 기관인 간호간병돌봄센터를 정책으로 제안한 점도 짚었다.
우봉식 원장은 "지자체와 의사회가 서로 밀접하게 협업하는 전주시의사회 커뮤니티케어 모델이 의협과 개원가 현실에 가장 적합하다는 내부적 결론이 이르렀다"고 부연했다.
이상권 전주시의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장이 다음 발제를 맡아 통합돌봄 시범사업 현장 사례를 공유했다.
이상권 센터장은 "방문진료 등 의료통합돌봄을 통해 입원치료를 지연하고, 유의민한 사회적 의료비용 감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3년간 수행한 '만성질환노인 예방관리 및 방문진료사업' 결과, 2020년에는 입원비가 월 115만원(건강보험부담 100만원, 본인부담 15만원) 절감됐으며 2021년에는 건보 부담만 연 200만원이 절감되고 입원율도 12% 감소했다는 것.
또 "방문진료를 통해 돌봄 대상 어르신이 모르고 있던 질병 관리에 방해되는 약물이나 생활습관 등 여러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했다. 어르신들도 '동네 소식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원장님(의사)이 너무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집에 와서 검사하고 진료해 주시니 든든하다'는 호평이 많았다"며 "이 외에도 71명의 공무원을 포함 253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무엇보다 개인의 존엄한 노후생활이 향상됐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크게 완화됐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의료통합돌봄이 가능한 비결로는 '통합돌봄지원센터'를 꼽았다.
전주시의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등 현장인력으로 구성돼 통합돌봄사업 전반 업무를 맡고 의사회와 지자체 간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각종 행정업무와 예산집행은 물론, 통합돌봄 대상자의 건강·환경·사회성·독거 등 사항을 전수조사하고 1~4차 안전망으로 분류했다. 4차 안전망에 속하는 주민을 대상으로는 방문진료 일정 안내 등 업무를 지원하며 방문진료에 동행해 진료와 건강모니터링을 보조하기도 했다.
이상권 센터장은 "지역별로 많은 일차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내 지역, 내 환자는 내가 방문진료한다는 다짐이 필요하다"며 "지역의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의료돌봄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이를 위해 지역마다 지원센터를 설립해 실무를 담당케 하고, 지자체-의사회-담당의사 협력 네트워크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정된 우리나라 의료자원을 감안하면 의료기관마다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인력을 배치하는 것보다도 효율적"이라며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통합돌봄지원센터를 통한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의협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용균 한림의대 교수(대한노인병학회장)는 "지역사회통합돌봄과 장기요양보험 등의 현안을 논의할 협의체나 태스크포스(TF)를 의협 내에 구성했으면 한다. 의원 단독형이 아닌 진료과별 의원 간 협력 형태도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건세 건국의대 교수는 "의료가 커뮤니티케어에서 중심 역할이 되지 못한 것은 외부 문제도 있지만 의협과 지역의사회 내부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계 내에서도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해야 한다"며 "'부모돌봄법'이란 프레임의 간호법에 대항하며, 자칫 국민이 의협이 커뮤니티케어와 돌봄에 반대하는 것이라 오인할 우려가 있다. 기존 연구들을 의협 공식 행보에 적극 반영해 보다 전략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협력'을 강조하면서 "간호사와 협력하는 모델, 병원과 의원이 협력하는 모델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복지·공무원·보험정책·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분야와 어떻게 협력할지, 그 안에서 의협과 의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