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지음/흐름출판 펴냄/2만 8000원
인류는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됐을까.
4차를 넘어 5차 산업혁명이 펼쳐지는 이 시대에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통섭과 통찰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송준호 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신장내과)가 <사피엔솔로지>를 펴냈다.
'사피엔솔로지'는 현생인류를 지칭하는 '사피엔스(Sapiens)'와 '학문'을 뜻하는 접미사 '-ology'를 결합한 용어다.
'현생인류에 대한 학문'.
이 책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원한 한 작은 집단이 전 지구적인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부상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통섭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짚는다.
의료 현장에서 산·학·연 융합 연구 등을 통해 꾸준히 학문적 통섭을 시도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의학은 물론,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호모사피엔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입체적으로 정리했다
지구상에 전무후무한 문명을 구축한 현생인류의 혁신과 지배 본능은 호모사피엔스의 뇌 구조에서 비롯됐다. 혁신과 지배를 가능하게 했던 호모사피엔스의 뇌 구조는 진화적 적응 위에 몇 번의 기적적인 우연이 겹쳐진 결과물이다.
이 책은 생명 현상을 다루는 의학자의 시선으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역사를 다각적으로 추적하고 재구성한다. 참신하고 대담한 사유의 장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인류가 맞이할 미래를 스스로 통찰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종이 되었을까?
우리는 신인류로 진화할 것인가, 아니면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새로은 시작 앞에 서 있는 걸일까.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일까?
스스로가 위협이 된 인류는 다음 세기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모두 7장 5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 구성은 아래와 같다.
1장 '구별: 독특한 생물의 탄생'에서는 우리의 기원을 살핀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살던 대형 유인원의 한 그룹이 형제 종들과 결별하고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2장 '각성: 깨어난 정신'에서는 우리의 뇌에 지능과 마음이 담기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과정에는 기적적인 우연과 창발의 요소가 뒤섞여 있다. 지능과 마음이 발달하고 시간적 자아가 생겨남에 따라 호모사피엔스는 비로소 기억(과거)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일(미래)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또 인간의 언어적 능력은 인류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발판으로 작용한다.
3장 '결속: 성과 양육과 협력'은 종의 번성을 가능하게 한 동력인 성(性)과 양육의 본능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이기적 유전자'로 표현되는 이기적인 본성 가운데에서 어떻게 인류 최대의 강점인 협력이 가능했는지 알아본다.
4장 '구축: 새로운 생태계'에서는 인류가 특유의 혁신 본능과 통제 욕구를 발휘해 본격적으로 지구를 장악하고 개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농업혁명 이래 호모사피엔스가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고,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산업혁명과 화석 문명을 시작하고, 대가속과 통제의 시대를 거쳐 오늘날 사이버-메타버스 시대로까지 향해 온 전 과정을 되돌아본다.
5장 '해독: 판도라의 상자'과 6장 '초월: 역설계'은 인류가 생명의 비밀이 담긴 유전자와 우리 종의 핵심 역량인 뇌, 그중에서 신피질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냈으며, 어느 수준까지 조작하고 모방할 수 있는지, 앞으로 그 기술들은 얼마나 더 발전할지 등에 대해 다가선다. 인류는 이제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유전자 정보만으로도 원시적인 수준의 생명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정보공학과 인지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신체 바깥으로까지 감각기관이 확장, 연결됐다. 세상과 신체의 경계는 희미해지는 중이다.
7장 '위기: 실존의 위협')에서는 호모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가 불러일으킨 실존적 위험을 되짚어본다. 오늘날 인류는 핵,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환경오염과 기후 온난화 등으로 대별되는 위기에 노출된 상태다. 이와 같은 위험을 불러온 주체는 다름 아닌 인류 자신이다.
우리의 삶을 뒤흔들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도 있는 실존적 위협은 혁신과 변화의 물결 속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지배종이 된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인류는 이런 위험을 피하고 다음 세기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발전' 또는 '진보'라고 부르는 것들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의 성공 서사를 이어나가게 해줄 것인가?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서 있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 02-325-4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