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만 일삼는 주먹들도
가계도엔 충실하다
검은 정장의 건장한 어깨들
모두 뚱뚱하고 모두 키가 작다
거룩한 유전자에
생활 습관까지 서로 닮은 탓일까
대사증후군의 병력마저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한때 서로를 지탱했던 다섯 손가락들
누구는 다리를 절고
누구는 손을 떨고
누구는 말을 더듬는다
이복의 새끼손가락도
무릎에 인공관절 한 토막 끼워 넣었다
나사못으로 꽉 조인 다리로
기우뚱거리는 세상을 겨우 지탱한다
서둘러 길을 떠난 엄지손가락도
가계도에 충실한 탓이었다
가볍고 왜소해진 어깨들이
저물어가는 골목의 가계도를 살핀다
이토록 질긴 모서리들
미궁처럼 얽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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