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A 회로' 구성 효소 '아코니타제-2' 억제하면 병원균 저항성 커져
미토콘드리아, 발전소 역할뿐 아니라 신개념 세포 면역조절 기능 확인
이승재 KAIST 교수 연구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발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이러스 등 병원성 물질에 대응하는 면역력 조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외부 감염원에 대항하는 병원체 저항성이 발달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발전소 역할에 더해 병원체에 저항하는 작용도 한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할 때 만들어지는 다양한 대사 부산물이 병원체 저항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승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RNA 매개 건강장수 연구센터)이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부산물을 활용해 병원체 저항성을 제어하는 방법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사람과 많은 유전자를 공유해 생물학 연구에 활용되는 작은 동물인 예쁜꼬마선충과 인간 세포를 활용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세포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에너지 및 대사 부산물을 형성하는 'TCA 회로'를 구성하는 효소인 아코니타제-2를 억제하자 개체 내 옥살아세트산 농도가 감소해 병원균 저항성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토콘드리아의 TCA 회로는 포도당, 지방산, 아미노산 등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각종 부산물을 생성한다.
연구팀은 생성된 부산물 중 하나인 아코니타제-2의 억제로 줄어든 옥살아세트산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됐을 때 생기는 스트레스 반응인 미토콘드리아 미접힘 단백질 반응(Mitochondrial unfolded protein response·UPRmt)을 활성화해 병원균 저항성을 강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은 인간 세포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아코니타제-2 및 옥살아세트산의 저하에 따른 병원균 저항성 향상 효과가 예쁜꼬마선충부터 포유류까지 보존돼 있음을 입증했다.
아코니타제-2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필수적인 효소로, 이를 억제하게 되면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암을 포함한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아코니타제-2의 기능을 적절히 감소할 경우 예쁜꼬마선충의 장수를 유도하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아코니타제가 병원균 저항성을 조절하는 치료제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토콘드리아의 역할도 재조명했다. 세포 내 발전소로서 에너지를 형성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옥살아세트산이 병원균 저항성을 조절함을 밝혀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세포 면역을 조절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KAIST 생명과학과 김은아 박사, 이유진 박사, 박혜은 박사, 함석진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세계적 석학인 아담 안테비 박사(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6월 22일 출판됐다. 논문명 'Mitochondrial aconitase suppresses immunity by modulating oxaloacetate and the mitochondrial unfolded protein response.'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과제 지원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