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충희 요양병원협회장 "간병 급여화·수가 개선·역할 재정립" 요구
"'입원 급여 적정성 평가' 살아남을 요양병원 없어...헌법소원 진행"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 노인 의료를 책임지는 요양병원이 무너져가는 있다는 호소가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간병 급여화 정책과 함께 포괄수가제 개선 등 요양병원 수가 개선, 요양병원 역할 재정립 등의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7월 14일 대한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요양병원이 처해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남충희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이날 지난 2년간 178개의 요양병원이 폐업을 결정한 사실을 전하며 "정말 죽겠다. 노인 환자는 늘어나는 데 요양병원이 제대로 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이날 남충희 회장이 현재 요양병원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3가지 문제로 ▲간병 급여화 ▲요양병원 수가 개선 ▲요양병원 역할 재정립 등을 언급하며,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요양병원 수가와 관련해 "15년 전 마련된 포괄수가제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남 회장은 "지난 5년간 최저시급은 45%가 올랐지만 수가는 전체 합쳐서 8.7% 올랐다"며 "요양병원 수가는 포괄수가로 되어있는데, 포괄수가제도가 2004년부터 2007년 통계를 모아 만든 2008년 자료를 아직 적용하고 있다. 물가도 오르고 최저 시급도 올랐는데 요양병원은 아직 2008년에 머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자분류군도 5개 분류군으로 조정해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환자의 질환별로 나눠야 한다"며 "포괄적으로 환자를 5단계로 나누게 되면 환자 질환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간병 급여화와 관련해서도 "간병 부담으로 인해 부모를 외국에 놔두고 오고 자식들이 간병을 못하겠다고 도망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다 막아야한다"며 "재정적 파이가 작아 쉽게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요양병원에서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와 요양시설에서 말하는 간병 필요도가 높은 환자의 교집합에 포함되는 환자는 국가에서 간병을 급여화 하거나 국가가 100% 급여화를 안하더라도 간병인이 제도권 내에 들어와야한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의 역할을 재정립에서는 보건소와 요양병원의 콜라보를 제안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고 의사가 없으면 요양병원에 들려 1차적으로 진료를 받고 다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최근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서도 요양병원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
남 회장은 "전국 1413개의 요양병원은 전국 방방곳곳 의료 취약지에 분포해 있다. 보건소가 문닫는 6시 이후에도 요양병원은 24시간 의료인이 거주하면서 진료를 보고 있다"며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당직 의사의 전공은 보건소에 표로 다 적혀있다. 소아과 의사가 필요한 경우 보건소에서 인근 요양병원에서 당직 서고 있는 소아과 의사를 찾으면되고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하면 산부인과 의사가 당직서는 요양병원을 찾으면 된다. 전국 1413개 요양병원 인프라를 국가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커뮤니티 케어에서 요양병원의 역할도 언급하며 "요양병원에서 진료해 퇴원시키는 환자는 요양병원 의료진이 제일 잘 안다"며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를 요양병원 의료진이 방문 진료하는 것이 맞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퇴원 연계 사업은 우리가 100%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 5월부터 시행한 '2023 상반기 요양병원 정책설명회'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 5월 19일 대전을 시작으로 26일 대구, 6월 2일 부산, 6월 9일 광주, 6월 16일 서울에서 요양병원 대표자를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열고 의료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남 회장은 "최근 요양병원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병원 대표자들은 턱 밑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탈출구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호소했다"며 "정부의 요양병원 패싱, 차별 정책이 계속되면서 노의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설명회에서 요양병원 대표자들은 요양병원 배제·차별 정책으로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별도의 본인부담 상한선 설정 ▲요양병원은 퇴원환자에 대한 방문진료·방문재활치료 할 수 없는 점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안전관리료 수가 받을 수 없는 점 ▲야간 전담 간호사 관리료와 야간간호료를 급성기 병원에만 지급하는 점 ▲2∼3인실 상급병실 건강보험 적용에 요양병원이 제외된 점 ▲요양병원 격리실 수가가 타 요양기관에 비해 낮은 점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 급여 적정성 평가와 관련해 남 회장은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으로 적정성 평가를 하고 2주기 3차 평가부터 종합점수 하위 5% 요양병원에 대해 6개월간 각종 가산 수가를 환류하면 매년 50개에서 70개 요양병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10년 뒤 살아남을 요양병원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위헌적인 적정성평가 틀을 바꾸기 위해 헌법소원을 진행할 방침이다"고 단언했다.
또 "요양병원에 대해서만 의무인증을 강요하고 인증비용의 20%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제도 역시 반드시 의무인증 인센티비를 시행하고 궁극적으로 자율 인증 전환 방식으로 변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 배제를 이제 멈추고 만성기 치료, 재활, 투석, 호스피스, 감염, 암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잘못된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