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쪽지를 건넸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동네 의사는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상한 것 같다며 의뢰서를 써주었다 나는 점점 시들었고 마침내 절망했다
우울한 쪽지를 건넸다 요리저리 살피던 변방의 시인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위태로워지는 순간 詩가 탄생한다고 경고했다 나는 시들시들 앓았고 마침내 절필했다
날씨엔 늘 민감했다 관상대는 어감이 좋지 않아 기상청으로 개명했다 입춘이 지나면서 황사와 미세먼지와 바이러스가 동시에 펄럭였다
점점 흐릿해지다 어느 순간 또렷해진 강박이 연필심처럼 눈을 찌른다 무럭무럭 자라 지우개로도 지워지지 않는 슬픔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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