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필수의료 나서겠다며 미용도 하고 싶단 모순"

"한의사, 필수의료 나서겠다며 미용도 하고 싶단 모순"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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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필수의료 붕괴는 미용의료 탓"·"한의사가 미용 가야" 동시 주장
한의사가 중증·응급 환자를? 소청과의사회 "수용할 한의원·한방병원 있나"
김교웅 한특위원장 "복심은 '의과 의료기기', 필수의료 우려 진정성은 글쎄"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필수의료·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은퇴의사(시니어의사)가 부상하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필수의료 부족은 결코 열악한 처우 때문이 아니며 피부미용 등으로 가는 의사들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한의사회에서 미용의료기기 유료 강좌를 여는 등 미용분야 진출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지난 7월 13일 대한의사협회는 [의협신문]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은퇴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싶다는 응답이 77%로 파악됐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대는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향이 83.2%에 달했으며, 의료취약지 근무 의향도 70.7%로 고무적인 수치를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한의협은 7월 17일 '필수의료인력 부족 사태, 3만 한의사에게 맡겨달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충분한 교육과 임상, 연구 경험을 갖춘 한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일차의료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의협은 "의협의 은퇴의사 활용방안은 극도의 이기주의와 밥그릇 챙기기"라며 "현재 필수의료인력 부족 사태는 결코 필수의료인력의 소득이나 처우가 나빠서가 아니다. 전체 의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만여명이 피부와 미용 등 소위 수익 창출에 유리한 분야에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용 진출을 꾀하는 한의계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26일 한홍구 한의협 법제부회장은 "IPL 등 피부미용기기를 한의사에게 허용하면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더 많이 종사하지 않겠느냐"며 필수의료인력 문제 대안으로 한의사의 미용 진출을 주장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서울시한의사회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레이저, 하이푸, 고주파, IPL 등 미용의료기기를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유료강의 수강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의사가 필수의료 분야 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 커뮤니티에서는 '차라리 돈 되고 편한 미용시술은 자신들이 하고 싶고 돈 안 되고 힘든 필수의료는 떠넘기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외과를 한의사가?', '중증환자, 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혹은 보겠다는 한의사가 있나?' 등 성토가 이어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7월 19일 한의협에 공문을 띄워 "(원하는 대로) 중증·응급상태 환자들을 한의원과 한방병원으로 이송하겠다. 28일까지 환자들을 받을 수 있는 한의원과 한방병원 명단을 반드시 통보해달라"며 한의계의 필수의료 역량을 꼬집었다.

한의협이 필수의료와 미용 사이에 모순된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진의로 지목했다.

"한의협이 필수의료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 같은 주장을 했다면 한국의료를 걱정하는 어느 정도의 진심이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한의대 정원 감축과 의과 의료기기 침탈을 시도해 왔다"고 짚은 김교웅 위원장은 "필수의료에서 쓰이는 진단용 의과 의료기기와 미용 분야에서 쓰이는 의료기기에 모두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필수의료는 빌미가 됐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김교웅 위원장은 "필수의료 논의에 왜 한방의료가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노이즈마케팅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사가 인터넷에서 수개월 법리공부 한다고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의사가 면허 외 의료기기 사용을 원한다면 의과대학에서 공부한 뒤 의사시험을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인력에 대해서도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필수의료 분야다.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도 법정 구속이 두려워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 정원을 늘린다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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