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중 맨 먼저 푸른 숲을 떠난 사람은 우두커니다 그가 떠나고 나서야 그의 이승이 궁금해졌다 본명을 검색해보니 전직 교수이자 유명 화가다 그가 우두커니 세상을 바라볼 때도 도화지는 살아 움직인다 젖은 새들이 복도를 헤엄치고 수족관의 물고기가 공중으로 날아 다닌다 뚜렷한 풍경은 추상화처럼 하늘거린다 중심을 잃은 나무들이 대낮을 끌어안거나 간밤을 헤집는다 전두엽이 방향을 잃고 양손이 심하게 떨리자 그림 대신 알까기로 돌아섰다 왕년엔 아마 강자였다고 떠들었지만 이세돌도 알파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죽었다가 살아난 바둑알만 라떼 시절을 둥둥 떠다닌다 우두커니가 떠나자 부쩍 말수가 줄어든 블루투스마저 작동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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