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충북의대 교수(충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혈액종양내과)
국산 신약 31호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6월 30일 비소세포폐암 EGFR TKI 변이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번 허가로 렉라자는 EGFR TKI 변이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치료범위를 확대했다.
경쟁약인 글로벌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1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승인은 의미가 크다.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제 렉라자는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타그리소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폐암 치료의 권위자 이기형 충북의대 교수(충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와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혈액종양내과)를 22일 만나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 임상시험 LASER301에 대해 얘기했다.
이날 논의 주제는 1차 치료제 렉라자의 효과는 물론 렉라자의 글로벌 치료제 등극 가능성까지 확장됐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협력해 다양한 렉라자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일문일답>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 임상인 LASER301에서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조병철 교수: 첫째, 기존 1, 2세대와 3세대 EGFR TKI에서도 엑손21(L858R) 치환 돌연변이 환자군은 예후가 좋지 못했다.
렉라자는 3세대 EGFR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로는 처음으로 엑손19 결손 돌연변이(Ex19del)와 L858R 환자군의 효과가 동등했다.
렉라자를 투여받은 Ex19del 환자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0.7개월, 대조군인 게피티니브 투여군은 10.9개월이었다.
L858R 환자군에서 렉라자 투여군의 mPFS는 17.8개월, 게피티니브 투여군은 9.6개월로 렉라자는 효과 차이가 적었다.
둘째, 렉라자는 3세대 EGFR TKI 중 가장 많은 한국인이 임상시험에 참여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Ex19del 한국인 렉라자 투여군의 mPFS는 23.3개월 정도였고 L858R 한국인 렉라자 투여군의 mPFS는 17.8개월이었다. 대조군 게피티니브 투여군의 mPFS는 9.6개월에 그쳤다.
셋째, 기존 3세대 EGFR TKI는 1세대 치료제보다 뇌전이 환자에게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지만 일부 환자에 국한됐다. 반면 렉라자는 대조군 게피티니브보다 월등히 좋은 효과를 보였다. 뇌전이가 확인된 게피티니브 투여군의 mPFS는 9.5개월이었지만 렉라자 투여군은 16.4개월이었다.
이기형 교수: 한국인 하위분석 결과, 대조군인 게피티니브 투여군의 PFS 중앙값은 9.6개월이었지만 렉라자 투여군은 20.8개월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인 데이터가 없었는데 LASER301 임상을 통해 한국인 대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의료진에게는 의미가 크다. 더욱이 뇌전이, L858R 변이 한국인 환자가 임상시험에 많이 참여해 두드러진 효과를 봤다. 대조군 투여 환자의 약 40%가 렉라자로 '교차투여'를 받았지만 이 정도 차이를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LASER301 임상 결과 렉라자가 글로벌 1차 치료제 분야에서 타그리소와 같이 표준 치료제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나?
이기형: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글로벌 치료제로 도약할 것이다. 렉라자는 LASER301 임상을 통해 우수한 효능을 확인받았다. 특히 L858R 변이환자에게서 동등한 치료 성과를 보인 것은 유의미하다. 기존 1~3세대 치료제도 mPFS를 개선했지만 Ex19del 환자군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렉라자는 위험비(HR) 자체도 오히려 L858R 환자군에서 더 좋았다. 그동안 mPFS가 15개월을 넘긴 치료제가 없었는데 18개월에 가까운 수치를 냈다. 상당한 성과다.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급여되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는 두가지 옵션이 생긴다. 두 약 중 하나를 선택할때 그 기준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조병철: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탄산음료에 비유컨대 펩시와 코카콜라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코카콜라가 더 쏘는 맛이 있어 펩시보다 선호받기도 한다. 렉라자와 타그리소 역시 같은 듯 하지만 각자의 특성으로 차이를 만들 것이다.
결국 치료제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숫자'일 수밖에 없다. 렉라자는 Ex19del, L858R 환자 및 뇌전이 치료분야에서 눈에 띌만한 성적을 보였다. 치료제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렉라자의 EAP(Early Access Program·EAP) 정책도 치료제를 고를때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EAP 시행으로 렉라자는 건강보험급여가 결정될 때까지 무료로 투여받을 수 있다. 사실상 (렉라자는) 이미 급여됐다고 볼 수 있다. 1차 치료분야에서 렉라자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기형: Ex19del과 뇌전이 환자를 포함해 L858R 환자가 기존 치료제에서 충족하지 못한 수요를 렉라자가 충족했다. 렉라자의 이런 성과는 치료제를 선택할 때 우선고려될 것이다.
1~3세대 표적치료제가 출시되고 면역항암제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어떤 치료제를 먼저 써야 하는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제를 가장 먼저 쓴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효과가 확인된 3세대 치료제가 있는데 1세대를 먼저 쓸 이유도 없다.
렉라자가 사실상 국산 첫 글로벌 치료제가 될지 관심이다. 결국 올 10월 유럽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할 MARIPOSA 임상 결과에 따라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글로벌 치료제로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철: 현재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으로 MARIPOSA 임상이 진행 중이다. MARIPOSA 임상은 표적치료제와 표적치료제를 병용하는 설계로 리브리반트는 EGFR과 MET 변이를 표적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기존 3세대 치료제 투여 후 약 20~30% 환자는 MET 변이가 나타나는데 이를 표적한다. 최종 데이터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MARIPOSA 임상에서 렉라자를 글로벌 국산 1호 신약으로 만들 수 있는 데이터가 도출될 것이다.
경쟁약인 타그리소 역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치료제 병용 임상시험 FLAURA2를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 렉라자와 리브라반트 병용치료제와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치료제 병용이 단독 치료제처럼 경쟁 구도가 될 것으로 보나?
조병철: MARIPOSA와 FLAURA2는 차원이 다른 임상시험이다. 레벨이 다른 두 병용치료제가 경쟁 구도가 될리 없다. 과거 게피티니브와 항암화학제 조합이 전체생존기간(OS)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사례가 있다. 권위있는 미국 <임상종양학회지(JCO)>에 이런 임상시험 결과가 실리고 국제 가이드라인에도 올랐지만 처방하는 의료진은 없었다. 항암화학제가 더해진 만큼 효과는 있었지만 부작용도 컸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잇점이 있을까?' 회의감에 의료진이 처방을 주저했다.
이기형: 항암화학요법은 부작용 이슈도 있지만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항암화학요법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표적치료제와 표적치료제를 조합하는 MARIPOSA 임상은 트렌디하다. 더 이상 항암화학요법을 쓰지 않는 추세에 왜 (타그리소 측이) 항암화학요법 임상시험을 다시 한다는 건지는 이해가 안된다.
MARIPOSA 임상은 타그리소 단독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직접 비교한다. 결국 후발주자인 렉라자가 앞선 치료제 타그리소를 넘기 위한 정면승부로 보인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으로 이미 글로벌한 치료제 위상을 가진 타그리소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보나?
조병철: MARIPOSA 임상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렉라자가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도 타그리소를 앞지를 수 있다고 본다. 올 10월 MARIPOSA 발표 후 렉라자 측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판 허가 신청을 할 것이다. 미국 FDA가 이를 허가하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글로벌 치료제 시장에는 렉라자 단독,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타그리소 단독요법으로 세 가지 치료 옵션이 생긴다.
세 가지 옵션 중 두 가지 옵션에 국산 신약 렉라자가 들어간다. 산술적으로 전체 글로벌 치료제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지 않겠나. 병용치료제를 경험한 의료진 역시 렉라자를 처방하는데 상당한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덤이다.
그렇기 때문에 MARIPOSA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렉라자, 리브리반트 병용요법과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효과 차이를 의미있게 비교할 수 있도록 MARIPOSA 임상설계 기준도 꽤 높게 설정됐다. 결과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렉라자와 리브라반트 병용요법이 렉라자나 타그리소 단독요법처럼 표준 1차 치료제가 될 수도 있는 건가?
조병철: 가능성은 열려있다. MARIPOSA 임상 결과 L858R나 뇌전이에서 단독 치료요법보다 극적인 효과가 도출된다면 가능할 수 있다. 대다수의 항암제가 단독요법이 아닌 병용요법으로 가는 추세여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기형: LASER301 임상과 하위 분석에서 나온 결과가 MARIPOSA 임상에서도 일관되게 나올지 궁금하다.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면 렉라자에 대한 의료진의 선호도가 높아지며 최소 글로벌 시장에서도 렉라자가 50%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