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직원에게 강제수사권 부여? 의협 "강력 반대"

건보공단 직원에게 강제수사권 부여? 의협 "강력 반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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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계약 당사자에 강제 압수 수사권 부여...권력 남용" 우려
의협 "기본권 침해·과잉 규제...개설 시 의료인단체 경유 제안"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과잉규제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지난 7월 12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사법경찰직무법)'을 대표발의했다.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의 골자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한 건보공단의 임직원에게 경찰과 마찬가지로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종배 의원은 "의료기관·약국의 개설주체가 아닌 자가 명의나 자격증을 대여하거나 도용해 의료기관·약국을 개설·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이윤추구를 위해 운영되기 때문에 의료 인프라 수준이 낮고, 적정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어 환자안전관리에 취약해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되며, 진료비 부당청구 등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누수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경찰수사는 보건의료 전문 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장기화되는 측면이 있고, 2019년 1월부터 운영 중인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팀은 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수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종배 의원은 "사회가 전문화·복잡화되는 경향과 각종 행정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반영해 범죄 수사의 신속성·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특사경은 단속 과정에서 행정 권력과 혼합된 수사기관으로서의 막강한 권능으로 인해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본권 침해 문제와 과잉규제를 우려했다.

의료계는 "지금도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현지조사를 하면서 의료인에게 반강제적으로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사실인정인서를 받는 인권의식을 갖추지 않아 문제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비공무원인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강제수사와 압수수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는 물론 형사소송법의 근본적인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료공급자와 수가계약를 하는 당사자인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반한다고도 짚었다.

의협은 "건강보험법상 단체이자 수가계약의 당사자인 건보공단에게 사법경찰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초법적인 조사권한을 부여해 법리적 문제가 야기될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의 행정편의주의적, 관료주의적 태도에 따른 강압적인 현지조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현실에서는 그 문제해결에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방법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권력 남용, 기본권 침해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법 개설을 막지 못해 발생한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기 위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의료기관을 대등한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권력관계에 종속된 상시 감시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면서 법적 불균형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의협은 "특사경 임용, 지명, 지명 후 교육은 상대적으로 매우 부실하다. 지금까지 국가 수사권에 대해 법치국가성과 적법 절차의 엄중한 행사가 강조된 현실과 배치된다"면서 "교육 훈련기관 부재와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근무 여건으로 인해 전문적은 교육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진 못한 수사권의 부작용은 불문가지"라고 밝혔다. 

"사무장병원의 만연은 정부나 건보공단의 조사권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개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개설을 허가하고, 의료생협 등 불법개설의 통로로 악용될 여지가 높은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의협은 "사무장병원의 근절을 위해서는 불법개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법안의 문제점과 대안](임지연 연구원·김진숙 책임연구원) 정책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사무장병원의 대부분인 의료법인에 대한 개설 자격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로 제한해야 한다"면서 "의사 등으로 자격 제한이 어려울 경우 의료법인 설립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의료법인 허가 업무자의 자격검증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개설 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의료인단체를 경유하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의료법인 운영 관리·감독·모니터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사무장병원의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기관 개설 시 의료인단체에서 발부하는 확인증을 첨부토록 해야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검증이 가능하다"면서 "사무장병원 내부자의 자발적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벌칙 감경·면제, 환수처분 한시적 면제 제도 등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특사경법은 일부 사무장병원의 일탈을 빌미로 전체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면서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내부 정보 취득이 용이한 의료인단체와 협력해 개설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우봉식 연구원장은 "지금도 엄청난 권한을 지닌 공룡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대한 권력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특사경 대신 의료인단체와 지자체 간 민·관 공조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는 것이 사무장병원 척결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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