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좋은 스피커가 작동을 멈추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갈라진 쇳소리만 가슴팍을 긁는다 핏대를 세우며 볼륨을 높여도 스피커는 지직거릴 뿐이다 그에 대한 신상은 여전히 미지수다 유명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가수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름을 검색해도 동명이인만 수두룩하다 스피커는 전원을 끈 것처럼 고요하다 속울음일지도 모른다 비음 섞인 목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후두암이 온몸에 퍼져 우렁찬 성대마저 진동모드로 바뀌었다 온종일 침묵하던 블루투스가 돌연 내비게이션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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