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있는 창문
밤이 되자 하늘에 걸려있던 별들이 날아와 창문을 두드린다.
창문을 통해서 자유를 본 사람이 있었고
창문을 통해 즐거운 상상을 한 사람도 있었다.
창문을 통해 흐르는 시간의 물결을 본 사람도 있었고
창문을 백지로 보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흐르는 자이기도 하고 서있는 자이기도 하다.
물결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 떼가 보인다.
노을이 번지는 화선지였다가
물고기 떼가 퍼덕이는 강이었다가
햇살의 창을 막는 방패이기도 하다가
창문이 노래를 하고 문자는 지느러미처럼 파닥인다.
별빛이 고요히 내리자 폐허 속에서 문장들이 일어나 걸어간다.
나를 보기도 하고 남을 보기도 하는 투명한 물고기의 눈이다.
푸른 종소리가 내 입술에 와닿는다.
아는 사람이 창문 앞으로 지나가고
세상의 안부도 묻고 웃으며 작별한다.
세상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 나무를 넘어뜨리고
검은 구름 뒤에 숨은 해가 얼굴을 내밀기를 기다린다.
젊은이들은 세상의 미래이고 꿈인데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가?
집집마다 헛된 이데올로기 신의 액자를 걸어놓고
숭배하는 척하는구나.
창문 넘어 희 목련 꽃이 보이고
도로 위에는 위로받고 싶어 하는 목련 꽃잎들이
너무 많이 누워있다.
▶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현대시> 등단(1993)/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달리의 추억>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시와사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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